“차는 고성능의 차를 사 놓고 정작 기름 값이 없어 달리지 못하는 게 천안의료원의 현실입니다. 직원들 모두가 경영개선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 해결방안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방공공의료기관인 천안의료원이 지난 10년 동안 누적된 부채로 9개월 동안 직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 구성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집단 사직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상호 천안의료원 노조지부장은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450억 원을 들여 최신의 장비 등을 갖춰 지역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했지만 운영비가 없어 정상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천안의료원의 부채규모는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채는 과거 봉명동에서 의료원을 운영할 당시 장비구입과 리모델링 비용, 직원들의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퇴직금 중간정산에 필요한 지역개발기금 차입금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적절한 시기에 장비 확보를 하지 못한 데다 협소한 주차장과 노후한 시설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민간병원으로 환자들이 이탈하면서 수익구조가 급격하게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천안의료원은 지난해 9월부터 직원들의 급여 14억 원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130여 명의 직원들 가운데 적게는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직원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임금체불 생계비 대부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금체불이 장기화 될 경우 집단 사직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 이들은 의료원 경영악화에 따른 개선책으로 매년 급여인상분을 자진 반납하고 토요일도 무급으로 근무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심지어 근무복도 4년 전에 지급된 것이 전부다. 심하게 헤지고 낡은 근무복을 노조의 조합비에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동남구 삼룡동으로 이전하면서 20~30년 된 사무실 집기 등도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다.
하지만 충남도의회는 지난 8일 본회의에서 천안의료원 이사비용과 병상의 가구 및 집기류 등 신축이전비용 5억 원 가운데 2억 5000만 원을 삭감, 통과시켰다.
충남도와 도의회에서는 나머지 이전비용과 부채 및 체불임금을 자체 수익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호 지부장은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민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진료를 하는데 수익을 내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환자가 와도 진료를 못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원에서 운영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도에서의 지도감독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결국 정상화를 위해서는 운영비 지원이 불가피하다. 도지사가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이재범 기자 lee-3600@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