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은 단지 '다름'일 뿐
타인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 위한 꿈 펼쳐

황준환 길건너친구들 대표
황준환 길건너친구들 대표
황준환 길건너친구들 대표
황준환 길건너친구들 대표
황준환 길건너친구들 대표
황준환 길건너친구들 대표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코로나19라는 암울한 먹구름이 뒤덮은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에는 젊은 오곡들이 무럭무럭 영글어 가고 있다.바로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여러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어떠한 위치에 있든 무슨 일을 하든 이들은 이를 즐기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다. 다소 평범해보이고 언뜻 지루해보이는 ‘일’일지라도 자신만의 도전에 가치를 부여하며 스스로를 증명한다.어렵고 암담한 시기에도 끊임없이 긍정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대전지역 청년들을 만나 이들이 어떻게 사회의 희망으로 자리잡아 가는지 기록한다. 편집자

무릇 사람에게는 이동권이라는 권리가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거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선 줄곧 사람 보다 교통수단이 우선이었다. 경제성의 논리에 따라 물건을 수송하고 나르며 차량이나 기차, 배 등은 우대 받았으며 사람은 소외되기 일쑤였다.

이런 현실을 주객전도라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아가는 이가 있다. 대학에 입학한지 불과 한 해, 놀고 공부하기 바쁜 이 시기를 사회운동에 매진하는 스물 한 살 청년이다. 사람중심의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싹을 틔우고 있는 중구 중촌동 한 복판에서 황준환(21) 길건너친구들 대표를 만났다.

◆‘다름’을 가치로 변화를 꿈꾸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던가. 그런데 그 아픈 손가락이 세 개나 없는 황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손이 세 개나 달린 외계인들이 인간을 보고 장애인으로 여긴다”며 다름을 강조했다. 어린시절부터 조금 남달랐던 탓인지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다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과 부담스러운 시선 사이에서 그는 독서와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누군가에게는 불편이며 단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그는 되레 자신을 수양하고 발전시킬 장점으로 삼았다.

황 대표는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며 학창시절 독서왕에 연달아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많을 때는 한 달에 50여 권의 책을 읽기도 했다. 그는 인상깊게 읽은 책 중에 스웨덴의 가수 레나 마리아의 ‘발로 쓴 내 인생에 악보’를 꼽으며 장애는 자신에게 어떠한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한 정신력을 가진 그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많았다. 입시 스트레스 등 사춘기 시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따위의 문제부터 자신만이 겪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들이다. 타자를 빠르게 두드리던 황 대표는 자신의 방황이 짧았다고 회상했다. 바로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고 말하며 도움을 받고 성숙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자신보다 더 약한 이들, 그리고 공공을 위해 펼치기로 결심했다.

“분명 어려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고충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겪는 불편들을 극복해가며 생각했습니다. 나보다 더 약한 사람들, 그리고 더 많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게 보람이 있을거라구요.”

◆아찔한 순간의 경험 그리고 결심
그의 결심 뒤에는 고등학교 시절 등굣길의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한 아찔한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과속과 불법 주·정차, 모호한 횡단보도 구역 등 도로 곳곳에 위치한 암초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불편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경험을 했어요. 그때부터 우리 주변의 거리가 조금 달라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후 문제의식을 갖고 사람중심의 교통정책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미미했지만 열심히 하니까 주위에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모였습니다.”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그가 맨 처음 시작한 교통안전운동은 민원을 넣는 것이었다.

차츰 운동을 전개해 나가던 그의 주변에는 어느새 안전한 교통도시, 구도심 재생 등에 관심을 가진 그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길건너친구들’이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했다. 이들은 대전청년정책네트워크 등에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공모사업에 도전해 지난해엔 ‘대전교통민들레책’을 내는 등 대전시와 자치구에 교통안전정책을 제안했다.

◆방향성부터 개선방법까지
‘길건너친구들’이 제안한 교통정책은 ‘사람’ 중심의 철학에서 출발한다. 교통정책은 경제성을 창출하기 위한 교통수단이 아닌 세상의 주체인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거다.

이를 토대로 대전 교통 현실을 조사·분석해 개선방법을 수록한 게 ‘대전교통민들레책’이다. 이 책은 지역 주요 대중교통 이용자인 충남대·한남대 등 7개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버스 노선 개선 제안, 버스정류장 시각장애인 점자안내판 설치, 충청권 광역철도 4호선, 대학로 보행자 안전환경 조성을 제안한다.

더불어 시의 버스교통정책 방향과 급행버스, S-BRT화 및 노선구조조정, 교통위원회 개편 등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황 대표는 충청권 광역철도 옥천선을 서대전역 계통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차례 더 강조했다. 기존 옥천 주민의 교통수요와 서대전역 활성화를 위해 오정발이 아닌 서대전발로 분기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종착역인 오정분기로 옥천선을 유지하는 것보다 대전선을 활용해 대전역~서대전역 구간을 개통하는 게 사회적 효용이 클거라는 생각에서다.

다만, 예산이 이미 투입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계획의 전면 변경이 아닌 전체 편성예산의 1/3을 착발운행 방식으로 대전선 단선구간에 '서대전 급행' 형태로 투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추후 예산 투입을 통해 전 편성 투입과 중서부권 개통분리 연장(광역철도 4호선)을 추진하자는 거다. 향후 제안을 구체화시켜 4월 경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통정책은 살아가는 시민의 편의가 최우선입니다. 예산·행정·자본 우선 교통정책이 불러온 참사는 현재 벌어지는 서울장애인차별연대의 지하철 승차 시위 등 사회적 약자들의 잇따른 절규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의 청년의 포부
황 대표는 교통안전정책 제안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사 등을 통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황 대표는 장애인 권익과 이들이 겪는 고충 해결에 관심을 갖고 시민단체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에게 큰 불편으로 다가온 입시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겐 평범한 그러나 장애인들에겐 장벽이 되는 우리 일상에서 손질할 것들이 적잖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각 대학마다 장애인 전형이 상이합니다. 장애인 증명서, 신상관련 서류 등 각종 서류를 요구하는 곳이 많습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장학재단의 경우처럼 정보수집 동의 시 복잡한 절차없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제도를 간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황 대표의 꿈은 사회적 약자를 돕고 더 나은 사회를 만다는 거다. 더 나은 사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황 대표는 청년의 역할을 강조한다.

“청년과 청소년들은 젊은 만큼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이들은 세상의 주역입니다. 그런 만큼 적극적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저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저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고 싶습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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