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 연속 순매도에 코스피 하락 압박
52일 만에 순매수, 그러나 추가매도 가능성 커
[금강일보 조길상 기자] 역대 최장기간 ‘연기금’ 매도세에 개인투자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스피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거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로 분류되는 ‘연기금’에는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포함된다. 그중 국민연금의 비중이 절대적이며,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자금 규모는 833조 원에 달한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이중 21.2%에 달하는 176조 7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왔다. 이 기간 동안 팔아치운 금액만 14조 5000억 원에 달하고, 종전 28거래일 순매도 기록도 가볍게 뛰어넘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는 원흉으로 연기금을 꼽는 이유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4일 전북 전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원칙인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최근의 매도 폭탄은 공공성을 위반한 것”이라며 “지긋지긋한 박스피(박스권 코스피)를 벗어나 13년 만에 봄이 찾아온 국내 주식시장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는 연속 매도 행태는 동학개미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연기금의 매도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다. ‘보건복지부장관과 연기금운용본부에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현재 주식시장의 화두는 연기금의 역대 최장기간 주식매도건이다. 주식운용규정준수라는 미명하에 개미투지자들이 이뤄놓은 코스피3000고지를 허물어 버렸다”며 “연기금의 매도중지와 더불어 주식운용규정을 개선하고 연기금과 위탁운용사에 대한 스튜어드쉽 코드규정 준수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행이 연기금은 52일 만에 순매도를 멈췄다. 다만 본격적인 순매수세로의 전환은 아닐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급락 장세에서 매입한 국내 주식의 비중이 커지면서 여전히 자산배분 재조정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폭락장에서 국내주식을 대거 쓸어 담으면서 하락세를 지탱한 건 연기금”이라며 “미리 정해진 룰에 의해 이뤄지는 거래인만큼 연기금의 추가매도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