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말 경청 또 경청하는 태도로
동구 자양동 더 밝고 힘차게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사회 변화 이끌 터”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잔물결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망하지 않으리”라는 말이 있다.
자연과 벗하며 목가적인 삶을 살다 떠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남긴 위로어린 조언이다.
소로는 바쁜 도시적 일상을 떠나 월든(Walden)이라는 조그마한 숲에서 오두막을 짓고, 밭을 갈면서 그곳의 새와 나무, 꽃 등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소박한 행복을 찾았다.
소로가 떠난지 170여년이 지난 현대에 이르러 도시에서의 삶은 더욱 바빠지고 급박해지기만 했다.
철저한 경쟁사회, 숨 돌릴 틈 조차 없는 일상에서 현대인은 이웃과 단절된 채 패스트푸드를 씹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여기 빠르게 달릴 수 있고, 가장 앞선 사람만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회만이 정답이 아니라며 더 잇고 소통하며 친환경적인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 바로 혁신청 활동가들이다.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도시 대전 동구, 인심 좋은 동네 자양동에서 김미진(26) 활동가를 만났다.
◆조그만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아이
사회를 혁신하겠다는 사명감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성숙함으로부터 출발했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그의 학급에 장애가 있는 친구가 전학왔다.
몸이 조금 불편한 친구는 반 아이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고, 심지어 따돌림도 당했다.
섬세한 감성(sensibility)을 타고난 김 활동가는 그런 현실이 잘못됐음을 직감적으로 깨닫고 친구를 돕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김 활동가의 진로와 꿈이 정해진 것도 이 무렵이다. 처음 목표로한 직업은 ‘사회복지사’였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직업적 특성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업무를 목격하고 회의감을 느꼈다고. 그렇게 방황을 하던 도중 친구로부터 ‘사회활동가’란 직업을 추천받았단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낮은 곳에서 어려운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분들을 도울 방법이 뭔가를 말이죠. 그러나 막상 내가 원하는 일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사회활동가라는 직업을 소개받았습니다.”
사회활동가라는 직업은 그에게 안성맞춤이었다. 동료들과 끈끈한 우정을 바탕으로 협업해가며 지역 주민들의 고충과 애환을 듣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했다. 주민들의 응원과 격려도 그들에겐 힘이 됐다. 활동가들과 주민들은 더 나은 사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갔다.
“언젠가 행사가 종료되고 주민분께서 저에게 건넨 격려와 위로어린 인사를 잊지 못 합니다. 그분들과 함께 일을 할 때 힘이 되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것만 같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쉬지 않고 뛰어갈 겁니다.”

◆혁신청, 주민참여로 사회변화 이끈다
김영진 이사장을 비롯해 6명의 활동가들이 소속된 혁신청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 청년협동조합이다.
재활용 되기 어려운 플라스틱을 분리하기 위한 ‘플라스틱 삽니다’, 채식을 통해 탄소를 저감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비긴&비건 100일 챌린지-소셜 다이닝’,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한 행사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김 활동가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사회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매주 한번은 반드시 채식을 하는 등 비건운동에 적극적이라는 후문이다.
“채식하는 날에 부모님 집에 가면 가끔 고민일 때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주는데 맛있는 고기 반찬이 나올 때가 있는 거에요.(웃음) 그래도 인내하고 채식만 하려고 합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저감을 위해 여러분께서도 비건 운동에 동참해주셨으면 합니다.”
혁신청 설립의 핵심이념 중 하나는 ‘참여’다. 다양한 분야의 단체들과 연대해 나가며 지역사회의 중심인 시민들을 참여의 장으로 이끌어 이들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게 혁신청이 이끌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사회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사회 주인으로서 주민의 자립을 이끌고, 이들의 주도로 다양한 정책을 발굴하는 게 비전이다.
“주민들과 소통하며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논의합니다. 주차, 쓰레기 문제 등은 여전히 난제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주민이 주도하고 이끌어가는 건강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게 저희들 모두의 목표입니다.”
◆소박한 꿈을 위해 오늘도 달린다
그녀의 꿈은 거창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부나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따위와 다른 너무도 소박한 꿈이다.
조그마한 마을의 작은 방안에서 주민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지역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하다 못해 빈약하게까지 느껴졌다.
그러나 이야기를 늘어놓는 김 활동가의 표정에선 밝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했다. 행복이 자신을 묘사했다면 꼭 이렇게 말했을 것만 같았다. 아침에는 지역 활동가로서, 오후에는 비평가로서, 밤에는 한 사람의 주민으로서 살아가겠다는 꿈 속에는 ‘참여’라는 실천적인 이상과 열망이 담겨 있었다.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때로는 위로도 받고, 때로는 격려도 받아요. 지역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논의하면서 애환을 나누기도 합니다.”
항상 긍정적이고 활력 넘치는 태도로 주민을 대하는 김 활동가는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주민들 사이에선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지역의 보배라고. 친화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타인의 고충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김 활동가 덕분에 자양동은 긍정적인 기운으로 흘러 넘친다는 게 주민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주민들의 대하는 그녀의 표정도 항상 밝다.
“서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치켜세워줄 겁니다. 한 사람이 받은 따스한 기운이 곧 모든 이에게 전달될테니까요.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건 누구도 아닌 바로 주민들입니다. 이분들과 함께 새로운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달려나갈 겁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