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충남도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장
[금강일보] 새콤달콤한 맛과 상큼한 향기, 풍부한 과즙과 입맛을 사로잡는 붉은색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딸기는 오래 전부터 단순한 음식재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딸기의 심장 모양과 붉은 색 때문에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유럽에서 딸기는 ‘황후의 과일’이라고 불릴 만큼 귀하게 여겨져 왔다. 딸기가 ‘황후의 과일(Empress’s fruit)’로 불리게 된 것은 아마도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인 유게니 황후가 딸기를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며 ‘Empress Strawberries’라 부른 데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17세기 영국의 작가인 윌리엄 버틀러는 딸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찬사의 말을 써놓았다. ‘의심할 여지없이 신은 분명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딸기는 최고의 과일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생과일, 주스, 디저트, 잼, 젤리, 케이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애용되고 있다.
딸기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온대기후 지역에 자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매우 작고 맛이 없었으며 어떤 종은 붉은 색을 띠지도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딸기는 장미과(Rosaceae)의 일종으로 Fragaria × ananassa라는 학명을 가지고 있다. 학명에 있는 ‘×’는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서로 다른 두 종이 교배된 것을 나타낸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Fragaria virginiana는 1624년 프랑스로 가져왔는데 향기가 좋은 수많은 붉은 색 열매가 열렸지만 크기가 작다는 단점이 있었다. 칠레가 원산지인 Fragaria chiloensis는 호두만한 크기의 열매를 맺는 야생종인데 1714년에 프랑스로 가져왔다. 그 후 두 종 모두 유럽 정원에서 널리 재배되었고 약 250년 전인 1750년 두 종간 자연교잡이 이루어졌으며 그 중 어떤 것은 활력도 있고 큰 과실을 생산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Fragaria × ananassa의 조상이 되었다. 딸기에 관한 과학적인 성양식과 체계적인 인공 교배에 대한 연구는 1766년 프랑스 식물학자인 두체스니에 의해 확립되었고 최초의 교배종인 ‘Hudson’이라는 품종이 1780년 미국에서 개발된 이래 본격적인 육종과 재배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고대 로마인들은 딸기를 염증, 소화불량, 우울증, 통풍이나 신장결석에 이르는 다양한 질병의 증상을 치료하는 약용으로 사용하였다. 오늘날 밝혀진 딸기에 들어있는 풍부한 영양성분과 기능성 물질들을 보면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딸기 100g에 들어있는 영양성분으로는 식이섬유 2.1g, 비타민C 58mg, B6 24mg, B9 17ug, 안토시아닌 40mg, 폴리페놀 45mg이 있고, 미네랄 종류로는 칼륨 154mg, 인 33mg, 칼슘 29mg, 마그네슘 22mg 등이 있다. 그 밖에 소량으로 B6, K, E 등 비타민과 피세틴, 플라보노이드, 엘라그산, 그라이코사이드 등 기능성 물질, 철, 구리, 망간 등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C는 딸기의 가장 중요한 영양성분으로 면역력 강화와 피부 건강에 도움을 준다. 딸기 6~7개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로 충분한 양을 채울 수 있다. 비타민C와 더불어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과 페놀화합물도 스트레스나 환경오염, 흡연 등으로 우리 몸에 쌓인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와 함께 수분이 많아 포만감을 주면서 장운동을 높여주어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칼륨과 안토시아닌은 심장마비 위험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추어 준다. 그 밖에 딸기와 관련된 소염, 진통, 항암효과와 치매, 당뇨, 비만, 탈모 등 성인병 예방효과와 관련된 국내외 많은 연구가 있다.
20세기 초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딸기가 도입되어 2002년부터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개발된 ‘설향’, ‘매향’ 등의 품종이 지금은 재배면적의 96%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 ‘킹스베리’, ‘하이베리’, ‘비타베리’ 등이 개발되면서 크기와 특성이 다른 새로운 품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의 붉은 색 일변도의 딸기 시장에 흰색과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의 딸기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눈을 현혹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더욱 즐거운 고민이 시작될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