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찬-반 놓고 상호비방 열 올려

환자들 수술거부 등 불안감에 스트레스 심화

내달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목전에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감정 싸움이 격화되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양측의 찬·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상호 비방과 고소·고발이 이어지자 지속적인 진료를 요하는 환자들의 마음은 불안해지고, 주변인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심신은 지쳐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8개 단체가 포괄수가제 반대를 위해 진료(수술) 거부를 결의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4개 진료과(산부인과·안과·외과·이비인후과) 의사회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을 근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가운데 양측은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나 서로를 흠집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은 “포괄수가제 반대 세력으로부터 문자·전화 협박에 시달린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의협은 “정부가 일부 포탈사이트에서 여론을 조작하며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다”고 폭로하고 나선 것.

◆찬성 인사에 ‘밤길 조심해라’ 협박 난무
지난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술 거부 카드를 꺼낸 것은 의사의 직무를 포기한 것으로 의협 집행부는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발언한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최근 일주일 사이 욕설과 협박이 담긴 135건의 문자 메시지와 전화 등을 받았다”며 지난 21일 서울 종로경찰서 사이버테러팀에 수사를 의뢰했다.

박 과장이 받은 문자에는 ‘포괄수가제의 제1의 희생자가 당신의 자녀가 되길 희망합니다’, ‘밤길 조심해라’ 등 입에 담기에도 험한 표현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 과장 뿐 아니라 포괄수가제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의사들도 협박성 문자와 전화에 시달리고 있고, 반대 세력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이달 초 한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포괄수가제를 옹호한 변호사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위원도 “문자·전화·인터넷 글로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며 22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의협 ‘정부가 여론 조장’ 반발
이에 맞서 의협은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포털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발생하는 정부의 의사 매도행위가 도를 넘었다. 앞에선 대화 채널로 나오라며 의료계를 압박하는 정부가 뒤에선 여론을 조작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즉각적인 사과와 부적절한 행태의 중단, 책임자 문책 등을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일부 직원이 일반시민인 것처럼 정부 주장을 옹호하다가 정체가 누리꾼들에 의해 탄로났다”며 “비열한 방법으로 사이버 여론을 조작하는 복지부가 감히 윤리·도덕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정부를 힐난했다.

송형곤 의협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사가 정부의 타도나 매도의 대상인가”라고 반문하고, “정부의 의료계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절대 바로 설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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