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 언급에 與내서도 개탄…野 “윤석열 쫓아낸 이유” 발끈

[금강일보 최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뒤를 이을 검찰 수장의 자격을 놓고 논란이 촉발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언급했기 때문으로, 여당 내에서도 거부감이 표출되고, 야당은 “윤 전 총장을 쫓아낸 이유를 꼭 집어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무부가 오는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박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발언했다. 즉각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로 해석됐고, 여당에서도 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귀를 의심했다. 장관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이 무엇인지 정말 우려스럽다”며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검찰총장의 조건 혹은 덕목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공정한 결정을 하려는 결연한 의지와 용기”라며 “장관은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총장의 자격요건부터 새로 세우시기 바란다. 장관의 언행이 윤 전 총장의 대선 가도에 큰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보길 바란다”라고 고언을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충남 서산·태안)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박 장관이 새 검찰총장 인선 기준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고 얘기했다. 박 장관에게 묻는다. 윤 전 총장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공정과 정의를 실현하지 않는 총장이어서 쫓아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이 민감한 시점에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별도 못 하고 있다. 박 장관의 말은 결국 그동안 검찰 내에서 대통령의 충견 노릇을 가장 충직하게 해온 이 지검장을 검찰총장에 임명하라는 지시나 다름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대검은 지난 23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 (김학의 전 차관 수사 외압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그 직후 나온 박 장관의 망발은 ’이성윤을 불기소 처분하라‘는 사실상의 압력”이라고 질타했다.
성 비대위원은 “이번에 새로 임명될 검찰총장은 2년 임기의 절반을 다음 대통령과 함께 보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국정철학에 맞춰 임명하면 문 대통령 퇴임 후에는 검찰총장도 함께 물러나라는 말인가. 검찰총장은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법의 원칙과 임기제의 정신도 모른단 말인가. 국민이 검찰총장으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이며,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한 자세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가 현재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율로 나타나는 것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는 코드 인선을 강요하는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중립적 인사를 추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충북 충주)은 “두 달 가까이 공석인 검찰총장의 경우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공석이라는 것이 중론에 가깝다. 그런데 그 특정 인사야말로 청와대가 감찰하겠다는 ‘공직자 직권남용의 표본’이라 할 만큼 자신의 직을 이용해 이 ‘정권의 방탄 수호대’가 됐고,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에 깊이 관여한 피의자이기도 하다”며 “공직기강 확립 원칙에 따른다면 이 지검장이야말로 핵심 감찰 대상인데, 감찰은커녕 검찰 최고의 감투를 눈앞에 뒀다”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에 대한 고려가 없는 발언을 했다’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박 장관은 26일 “유념하겠다”라며 “정치검찰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염원이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