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일보 최일 기자] “대전에 이런 호기(好期)가 언제 또 올까?”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대전지역 정치인들의 중앙무대에서의 활약이 눈부신 2021년이다. 6선의 서구갑 박병석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3선인 서구을 박범계 의원이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19대 국회 전반기 강창희 의장, 박병석 부의장 시절을 연상케 하며, 또다시 대전의 황금기가 도래했음을 말해준다. 일단 내실보다는 ‘표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박병석 의원은 지난해 5월 21대 국회 출범 직후 전반기 의장직을 꿰차며, 필생의 숙원을 이뤘다. 판사를 지낸 박범계 의원은 추미애 전 장관의 뒤를 이어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그는 한때 ‘형’으로 지칭했던 사법연수원(23기) 동기 윤석열 검사를 검찰총장직에서 몰아내는 과업(?)을 완수해 검찰개혁의 걸림돌을 제거했고, 차기 총장의 자격으로 ‘대통령과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언급했다가 여야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임시직’이긴 하지만 대전 최초의 여성 기초단체장인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을 맡고 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구성한 비대위에 유일한 원외 인사로 포진한 박 청장은 5·2 전당대회 전까지 당 지도부 역할을 하고 있다. 유성을의 5선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서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정치인들이 국정 운영과 직결된 중앙권력의 상층부와 여당의 요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이념과 정파를 넘어 바람직한 일이고, 대전 발전의 든든한 견인차가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대전시민들에게 들려오는 지역 현안 관련 소식은 그리 밝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오는 8월 대전을 떠날 중소벤처기업부 문제다. 지난해 말 정부의 중기부의 세종 이전 결정을 무력하게 바라만 봐야 했고, 중기부 공백을 메우려 수도권에서 대전으로 옮겨올 것이라던 4개 공공기관 중 에너지기술평가원의 대전행이 무산됐다.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더 큰 기관이 올 것이니 그리 알라’ 식의 통보만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선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3월 대전에 선심을 쓰듯 3개 기관을 이전하겠다고 언급했다. 기상청과 기상산업기술원, 임업진흥원이 대전과 함께 성장한 중기부를 대전에서 빼앗고 대신 내려준다는 대체재들인데, 기상청과 기상산업기술원은 중기부와 관계없이 이미 대전 이전을 타진했던 기관들이다. 정 전 총리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새롭게 추진하는 계획인 것처럼 시민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대전과 역사를 같이 해오며 구축한 시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기관을 고민한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중기부의 현 소재지(정부대전청사)인 서구의 두 지역구 의원들(박 의장과 박 장관)은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말해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철저히 침묵 모드로 일관, “개인적인 입신양명에만 신경을 쓴다”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강창희 의장-박병석 부의장’ 체제 하에서 획기적인 지역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 내심 기대했던 지역민들의 바람이 실망으로 변했듯 또다시 그런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