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금강일보] 동서로 5100㎞에 이르며 8만 20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인종에 못지않게 다양한 식물원과 국립공원이 반둥과 보고르, 발리섬 등에 조성되어 있다. 특히 정치·경제의 중심인 수도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약 150㎞쯤 떨어진 서자바 주(Jawa Barat)의 중심도시 반둥시는 동쪽의 자바인들과 인종, 풍속, 언어가 다른 순다족의 중심지이다.

이곳에는 네덜란드인들이 식민 지배하던 1817년에 조성한 식물원을 비롯하여 타만 사리(주빌레 공원) 등 3개의 커다란 공원이 있다. 네덜란드가 이곳을 피서지·휴양지로 개발하게 된 것은 이곳의 대표적인 활화산인 땅꾸반 쁘라후(Tangkuban Perahu)의 영향이 가장 크다.
1889년 조성된 약 1만 5000㏊(약 4530만 평)에 이르는 그데-팡크라오 국립공원(Taman Nasional Gunung Gede Pangrango)이 천연림을 그대로 이용한 국립공원이라고 한다면, 자카르타에서 반둥으로 가는 중간쯤인 찌안주르(Cianjur)의 찌파니스(Cipanis)에 세계적인 국립꽃공원(Taman Bunga Nusamtara)이 근래에 개장된 인위적인 공원이다.

1993년에 착공하여 1995년에 완성된 국립꽃공원은 87㏊(약 26만평)에 1만 5000여 종의 식물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순다어로 타만(Taman)은 공원 혹은 정원이고, 붕아(Bunga)는 꽃을 의미한다. 사실 연중 무더운 인도네시아에서 식물원은 꽃공원과 특별히 구분할 실익이 없을 정도여서 국립꽃공원은 일반인들과 외국인들을 위한 테마파크 성격이 짙다.
국립꽃공원의 정문 광장에는 커다란 배 크기의 검은 백조(Cygnus Actratus) 한 마리가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 것도 같은 성격이다, 이 새는 상상의 새라고 한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분수와 계단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넓은 공원이 펼쳐지는데, 공원은 관람객들이 걸어서 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넓어서 코끼리 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식물원 한가운데에 정원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계단식 전망대까지 공원 중앙통로가 고속도로처럼 널찍한데, 전망대를 중심으로 오른편은 프랑스 정원, 미국 정원, 지중해 정원, 일본 정원 등의 국제적 테마파크가 있다. 이곳에는 정문 광장에 설치해둔 검은 백조보다 더 큰 고니를 형상화한 꽃장식이 있고, 그 안쪽에도 커다란 기린 한 쌍의 모형에 꽃장식을 해둔 것은 마치 어린이공원 같은 느낌을 짙게 풍긴다.
한편, 전망대에서 왼편은 네덜란드 식민 지배 이래 이곳에 많은 생산을 해온 녹차밭을 중심으로 한 미로정원이 있는데,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서만 즐겨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녹차가 외국에서, 그것도 열대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것에 놀랐다.
열대지방에서 기후가 선선한 산악지대에 차밭을 개간하였다는 발상이 놀라운데, 2차대전 후 독립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 차밭을 인수하여 지금은 약 1500명의 여자 인부들이 3~5일 간격으로 하루 25~30㎏의 찻잎을 채취하고 있는데, 신선한 잎을 얻기 위해서 매일 아침 10시 이전에 채취한다고 한다. 열대성 기후에 잘 자라는 차나무는 매년 잘라주는데도 30년마다 차 나무 전체를 교체한다고 한다.
식물원은 특히 약 1㏊에 이르는 미로정원은 보름달 식물들(Full Moon Plants)로 꾸며졌는데, 가지런히 다듬은 나무들로 조성한 미로는 그리스 신화에서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를 처치한 영웅 테세우스(Theseus)가 미로를 빠져나온 것을 상징하듯 녹차 나무숲으로 미로를 만들었다.
이 곳에서는 어린이들은 물론 젊은이들도 친구와 연인들이 숨바꼭질하며 즐기는 놀이터이기도 하다. 국립꽃공원은 인도네시아 각 지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형형색색의 꽃들이 일 년 내내 꽃을 피워서 세계 각지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