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부장

[금강일보] 지난 6월 2일 서산에서 음주차량이 앞서 가던 2대의 자전거를 추돌하고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도주하던 차량은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 멈췄지만 자전거를 타던 2명의 고귀한 생명은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선진국이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 지금 시점에 아직 교통문화는 후진국 같은 형태를 보이는 것 같아 교통인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한 마음을 감출 길 없다. 2020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만 9654건에 3081명이 사망하고 30만 619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음주사고는 1만 7247건에 287명, 뺑소니사고는 7418건에 97명이 사망했다. 전년과 비교해도 음주사고는 1만 5708건에 295명, 뺑소니사고는 7129건에 90명의 사망자로 건수는 오히려 늘어났고 사망자도 단 한 명 감소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교통량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증가세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2020년 음주·뺑소니 교통사망자가 전체 사망자의 12.4% 정도이다 보니 발생빈도가 낮다는 착시현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를 100명으로 보면 13명의 피해자는 가해자의 실수가 아닌 고의 살인행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흔히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실수나 주의를 게을리 한 경우라 여겨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적용한다. 1년에 20만 건 이상 발생하는 교통사고시 피해자의 회복과 가해자의 처벌을 신속하게 처리해 모든 가해자를 구속하거나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방지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실수가 아닌 미필적고의에 의한 위법운전행위는 일명 특가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처럼 엄중하게 처리하고 있지만 위법운전행위는 늘어난다는 게 현실이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의 벌금형이나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사망사고 시 벌금형 없이 무조건 최소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한다. 종합보험 가입자라도 자차는 보상에서 제외되며 대인배상금 중 400만 원에서 최대 1억 5400만 원까지 사고부담금으로 구상하도록 바뀌었지만 위법운전행위는 줄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정부는 책임보험(의무보험) 한도내 지급된 보험금 전액과 종합보험(임의보험) 가입자도 대인 1억, 대물 5000만 원까지 보험회사가 가해자에게 구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개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더 나아가 보험회사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음주운전 등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형벌과 함께 경제적 책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난해 9월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 치킨배달 오토바이와 충돌한 음주운전 가해자가 부담한 사고부담금은 2억 7000여만 원 중 겨우 300만 원에 그친 점도 사고부담금 대폭 강화에 도화선이 된 것으로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사고부담금과 함께 12대 중과실 사고시 가해자 차량 수리비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차대차 사고시 물적 피해는 과실 비율에 따라 책임을 분담해 왔으나 음주운전 등 상대방의 명백한 과실에도 불구하고 고급차량이나 외제차인 경우 피해자가 더 많은 손실액을 부담한 불공정한 차 수리비도 이젠 사라질 전망이다. 위법행위를 일삼는 운전자는 강력한 교통선진국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