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아시아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에 있는 수많은 섬을 말레이 군도(Malay Archipelago) 혹은 동인도제도(East Indies)라고 하는데, 말레이 군도는 크게 ① 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칼리만탄), 기타 순다 해붕(海棚) 상의 섬들을 포함하는 서부의 대순다 열도, ② 발리섬 동쪽에 있는 소순다 열도와 술라웨시, 말루쿠 제도를 포함하는 동부의 섬들, ③ 필리핀 군도 등 셋으로 나눈다. 그중 필리핀 군도를 제외한 대부분 섬이 인도네시아 영토인데, 인도네시아는 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 발리섬을 비롯해 1만 82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다인종 국가다.
인도양에 접한 수마트라섬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섬으로 바닷길을 통해서 인도에서 불교가 전해져서 팔렘방에는 불교국가 수리비자야(Sriwijaya) 왕국이 세워졌는데, 8세기에는 그 세력이 자바섬까지 영향을 미쳐서 사일렌드라 왕국의 융성을 가져왔다.
자바섬은 5세기경 수리비자야 왕국의 영향을 받아 서부 자바에 다르마 왕국이 출현하고, 6세기에는 중부 자바에 칼링가 왕국이 출현했다. 또, 중부 자바인 족자카르타에는 8세기에 ‘힌두계’ 마타람 왕국(Mataram)이 발흥했는데, 10세기에 이들 세력이 동부 자바로 그 세력을 넓혔다. 자바는 7세기 이전을 서부 자바 시대(4세기 타루마누가라 왕국, 7세기 순다 왕국)라고 하고, 10세기 초반까지를 중부 자바 시대(8세기 고대 마타람 왕국, 사일렌드라 왕조), 이후 10세기 전반부터 16세기 초까지 동부 자바 시대로 나누는데, 9세기 중엽 수마트라의 수리비자야 왕국이 자바섬의 사일렌드라를 합병하여 거대한 대제국이 성립되면서 족자카르타는 동남아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15세기까지는 대승불교와 힌두교를 믿으면서 고대 자바어로 기록하다가 16세기 전후로 이슬람교로 바뀌었기 때문에 16세기 초까지를 고대(古代)라고 말한다.
8세기 이후 근대까지 여러 왕국이 출현했다가 사라진 고대도시 족자는 우리의 경주와 같은 문화유적을 간직하고 있는데, 족자에는 힌두문화, 불교문화 이슬람문화 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족자의 북부지역에는 8세기경 불교 왕국 샤일렌드라 왕조가 지배하면서 세운 것으로 추정하는 보로부두르 사원이 시내에서 약 70㎞쯤에 있고, 남부에서 고도(古都) 솔로(Solo) 쪽으로 차로 약 40분 정도 달려가면 힌두교 왕국 마타람 왕조에 의해 세워진 프람바난 사원(Prambanan Temple)이 있다. 사방 124m에 이르는 9층 모양의 단일 석탑의 거대한 불교사원인 보로부두르 사원은 사일렌드라 왕국이 망한 뒤 화산과 지진 속에 오랫동안 묻혀있다가 1968년부터 발굴을 시작하여 1983년에 새롭게 태어났다. 족자에는 크고 작은 사원이 많지만, 두 사원은 1991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프람바난 사원은 세 개의 뜰 안에 9개의 사원 건물과 크고 작은 240여 개의 석탑이 있는 힌두 사원으로서 힌두교 왕국이 함께 있던 공간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불교를 힌두교의 한 종파라고 보는데, 인도네시아에서 다양한 부족과 신앙, 문화가 불교사원과 힌두 사원을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매우 흥미가 있다.
인도 고대 신앙인 힌두교에서는 브라만(Behaman), 비슈누(Vhsinu), 시바(Shiva) 등 세 주신(主神)을 모시는데, 비쉬누신의 배꼽에서 연꽃 줄기가 솟아나더니 연꽃 속에서 브라만이 태어나고. 비시뉘신의 이마에서 시바가 태어났다고 한다. 브라만은 창조의신, 비쉬누는 경영의 신, 시바는 파괴의 신이라고 하는데, 시바란 산스크리트어로 ‘상서로운 존재’라고 한다.
파괴자인 동시에 재건자이며, 또 위대한 고행자라고 하는 사비신은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 모형의 가장 높은 47m의 신전에 모셨다. 동남아 최대 규모의 힌두교 사원인 시바 신전의 외벽에는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의 이야기가 매우 역동적으로 새겨져 있고, 회랑을 한 바퀴 빙 돌면서 권선징악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전의 세계를 그림으로 새겼고, 계단 난간에도 사자나 반인반조(半人半鳥)의 신 등을 조각으로 새기는 등 앙코르 와트 회랑의 부조물을 생각나게 했다.
12~13세기에 앙코르 왕국은 태양의 수호자로 일컬어진 수리야바르만 2세가 지금의 태국까지 세력을 떨치면서 동서 1500m, 남북 1300m에 이르는 웅장한 앙코르 와트 사원을 세웠는데, 프람바난 신전을 모방했다고 한다. 신전 안의 각 곁방에는 동쪽에 시바 신, 남쪽에 시바 신의 아들인 코끼리 머리 모양의 아 가스 띠어 신, 북쪽에 시바의 처인 두르가(Dulga) 상이 있는데, 특히 시바 상은 연꽃 위에 서 있어 불교와의 관련성이 매우 흥미롭다. 고대 인도의 전통 신앙인 시바 신은 대승불교에 수용되어 천신(天神)이 되었다.
시바 신전의 남북으로 브라마, 비쉬누신을 모신 건물이 있고, 그것들과 서로 마주 보는 모양으로 세 가지 바하나당에는 각각의 신들이 타고 다니는 탈 것을 모신 법당이 있다. 즉, 신바 신에게는 암소 난디, 브라마 신에게는 백마 한사, 비슈누 신에게는 독수리 가루다가 있다.
오랜 세월 속에 지진과 화산으로 많이 붕괴하여 지금은 겨우 6개만 복원되었고, 현재에도 복원 공사 중이지만, 언제쯤 완성될는지는 알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수십 년째 복원공사를 계속하고 있는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신전이나 터키 에페소의 고대도시 복원공사에서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프람바난 사원 관광을 마치고 전통 직물 생산과 판매하는 가게에 들렀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저녁을 한 뒤 발리섬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다시 족자 공항으로 가서 오후 5시 20분, 발리행 가루다 인도네시아 여객기를 탔다. 밤 8시 발리의 덴파사(Denpasar)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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