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바톤
갤러리바톤

빈우혁 개인전 '프롬나드(Promenade)'가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막을 올렸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연못과 그 수면의 변화무쌍함에 관해 오랜 시간 탐구한 끝에 완성한 신작을 선보인다.

프롬나드(Promenaed), 산책로라는 제목의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들은 작가가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풍경을 자신의 마음에 들 때까지 자유롭게 조합하고 재해석한 결과물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었던 시기에, 자연이 주는 평온함을 기억에 담아 예술로 승화시킨 것이다.

PROMENADE 113, 2021 갤러리바톤
PROMENADE 113, 2021 갤러리바톤

이번 프롬나드에서 특히 눈여겨볼만한 포인트는 모네의 ‘수련’을 연상시키는 화풍이다. 총 8점으로 구성된 길이 7.2m 연작은 모네의 '수련'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즉흥성과 추상성이 두드러진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평면성을 강조하고, 색면으로 연잎을 표현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빛과 수면이 만나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포착해냈다.

SANTUARY 104, 2021 갤러리바톤
SANTUARY 104, 2021 갤러리바톤

모네의 ‘수련’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바로 모네의 정원 사랑에서 시작된다. 1890년 지베르니에 집을 마련하고, 정원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클로드 모네의 작품 양상은 변화했다.

정원을 만들면서 새로 판 연못에 수련과 수생 식물, 아이리스 등을 심고, 연못을 가로지르는 일본식 다리를 세우고, 정원 곳곳에 벚나무와 버드나무, 각종 희귀한 꽃을 심어 재배했다. 여섯 명의 정원사를 두고도 몸소 정원일을 할 정도로 모네는 정원에 애착을 보였고, 이런 열정이 그가 ‘수련’ 연작을 제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모네는 이곳에서 마지막 연작인 ‘수련’ 연작을 제작했는데 그 수가 무려 250여 점에 달한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빛과 대기의 변화에 따른 인상을 포착하고, 눈부시게 빛나는 색채에 대한 강렬한 관심도 지속되지만, 그는 회화적 공간에 대한 연구에도 점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수련’ 연작은 이런 화가의 관심을 반영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이 그림은 색채의 장식적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될 ‘수련’ 연작에서 완성된다.

PARK 95, 2021 갤러리바톤
PARK 95, 2021 갤러리바톤

이런 모네의 작품 세계와 빈우혁이 지나왔던 세상이 만나 이번 ‘프롬나드’가 탄생했다. 모네의 ‘수련’과는 100년이라는 시간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2021년 현대적 감성이 추가되어 거대한 숲이라는 공간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빈우혁의 주된 주제는 기억력과 경험과 같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자신만의 방법과 시간이다. 숲은 작가가 늘 선택했던 소재이다. 꾸준히 ‘독일의 숲’을 묘사해 이를 작품 세상에 마음껏 펼쳐냈다. 특히 ‘독일의 숲’들은 작가의 불우한 환경과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비롯된 심리적 동요와 복잡한 심정을 비우고 평정과 치유를 경험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PARK 117, 2021 갤러리바톤
PARK 117, 2021 갤러리바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숲에 대해 “유년 시절부터 머물 곳 없을 때 숲에서 위로를 찾던 습관의 끈은 성인이 돼서 숲과 비슷한 곳에조차 가까이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도피해 결국 독일에 있는 숲에 이르러서야 위로를 연장할 수 있게 해줬다”라며 “슬플수록 더 기쁘게 웃으며, 괴로울수록 고요하게 자신을 위로하고 감정을 숨길 수 있도록 그리는 행위와 소요(逍遙)의 과정을 받아들이고, 나를 제외한 모두에게는 이야기가 없는 듯한 풍경을 통해서 침묵의 이유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라고 말했다.

MÜGGELSPREE 92, 2021 갤러리바톤
MÜGGELSPREE 92, 2021 갤러리바톤

과거 인상파 화가들이 동경했던 풍경이 주는 감동을 빈우혁 또한 자연스레 추구하게 됐다. 숲, 호수, 공원은 그가 자주 방문했고 평화와 안온을 찾은 장소이다. 짙은 녹색과 검은 톤이 지배하고 있는 그림은 반복되는 붓놀림으로 드러나는 흐릿한 부분에 의존하며, 색조의 조합은 궁극적으로 전체 평면에 신비로운 빛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세밀한 추상화 탐구는 수면의 작은 부분을 포함한 자연의 근본적인 요소에 속하며 그림 제목만큼이나 보는 사람에게 하여금 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SANCTUARY 105, 2021 갤러리바톤
SANCTUARY 105, 2021 갤러리바톤

한편 빈우혁은 1981년 한국 서울에서 출생하여 2021년 현재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작업 중이다. 2013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으며 201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학과 서양화 전공 석사를 수료했다. 이어 2019년 한국예탁결제원 초대작가로 선정된 이력이 있다. 빈우혁 개인전 '프롬나드(Promenade)'는 6월 16일에 시작해 7월 22일에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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