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계 우유 가격 인상 추진
"수요 급감인데 인상 말도 안 돼" 반발에
충남 낙농가 "너무 힘들다" 토로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낙농업계가 우유 가격 인상 방침을 내놨다. 코로나19에 비대면 수업이 주가 되면서 우유급식이 끊기는 등 우유 소비량이 급감했다는 점을 들며 가격을 오히려 인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빗발친다. 이에 정부가 가격 결정 구조 개편을 카드로 꺼내들었지만 낙농업계는 뜻을 굽히지 않고 가격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밀크인플레'가 불가피해 보인다.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ℓ당 원유 가격을 기존보다 21원 올린 947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미 결정된 사안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심화에 따라 1년 유예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기업들의 원유 대금 납부를 앞두고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추가 유예를 요청했고 지난 17일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열고 원유가격 인상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이사진 전부가 불참했다.
국산 우유 소비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근 10년 중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불발되면서 이미 각 우유기업에서는 가격 인상 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진다.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수요가 줄어드는데 가격을 올린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우유값이 오르면 과자나 빵 값도 오를거 아닌가. 코로나19 때문에 벌이도 시원찮은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수요를 제대로 반영해 가격을 인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낙농업계에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충청권의 경우 남양유업 세종공장 불가리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불매운동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고 이를 메꾸기 위해선 인상이 절실하다는 거다.
충남 내 한 낙농가 관계자는 "충남지역 200개 낙농가가 세종공장에 납품하는 원유만 하루 232t이다. 한 달 금액으로 따지만 74억이다. 유통이 안 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오는데 남양유업 불매운동 때문에 본 손해가 크다"며 "누구 말대로 학교 우유급식도 끊기고 소비량이 확 줄어들었는데 가격을 내리는 게 맞을지도 모르지만 이번 인상 건도 1년이 미뤄진 거다. 생산비,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원유가격 결정 구조를 손보는 등 구조적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원유가격 결정체계인 ‘원유가격연동제’는 생산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