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와 도시 브랜드

[금강일보] 반대가 극렬하더라도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설 경우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면 그 결단은 인정받고 결과 역시 긍정적으로 선순환 효과를 거두게 된다. 파리 에펠탑이 그런 대표적인 경우인데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파리 만국박람회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철강을 사용한 탑을 건립하기로 하자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완공될 때까지 끊임없는 시위와 위협, 이런저런 걸림돌이 산재했음에도 귀스타브 에펠은 소신 있게 공사를 밀어붙여 독특한 형상의 조형물이 완공되었다. 대체로 6-7층 높이의 건물로 균형 잡힌 스카이라인을 이루던 파리 경관에 일대 변화가 생겼다. 당초 행사가 끝나면 철거하기로 했던 것이 그대로 존치되어 그 후 파리의 랜드마크, 프랑스의 상징으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있다면 브랜드 가치는 올라가고 유무형의 소득이 증가한다. 도시 이미지를 표상하는 특색 있는 시설이나 건물, 조형물로서의 랜드마크는 가시적인 유형의 시설물은 물론 역사적 스토리가 있는 추상적인 공간도 포함되는데 아무래도 특정 경관상의 지표로서의 기능이 중요한 만큼 자연물보다는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건축물을 선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남산의 서울타워와 광화문, 부산은 용두산 부산타워나 센텀시티, 광안대교 등이 꼽히고 중국 천안문과 만리장성, 이집트 피라미드,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등은 그 자체로 무수한 이야기를 만들면서 도시와 동일어가 되었다. 대도시는 물론 인구감소로 이른바 소멸위기에 처한 농어촌 지자체도 기존 역사유적이나 자연물, 스토리가 있는 유서 깊은 조형물을 랜드마크로 키워나가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인상적인 랜드마크를 통하여 무명의 작은 마을, 알려지지 않았던 소읍이 일약 문화명소로 떠오르는 사례가 이런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시코쿠 지역 다카마쓰市에서 뱃길로 한 시간 거리 나오시마는 황폐한 작은 섬이었는데 출판그룹이 미술관을 비롯한 문화공간을 속속 확충하고 섬 입구에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가 만든 노랗고 붉은 ‘호박’ 조형물<사진>을 설치하여 인상적인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섬유강화플라스틱 재질이라 그다지 튼실하지 못했는지 지난 8월 태풍에 휩쓸려 떨어져 나갔다는 소식이다. 이런 가십 자체로도 나오시마는 또 한번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랜드마크의 위력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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