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서도 효능 극찬한 건강식품

철분 많아 혈액 순환 원활케 해 어혈 제거

화상·동상 잎 으깨 바르면 응급처치 효과

한의원에서 짓는 보약 외에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이 너무도 많아 혼돈스러울 정도이다.
왠만한 집은 명절을 맞으면 홍삼을 비롯해 각종 버섯류, 열매류, 과일즙 등 갖가지 건강식품을 선물로 받게 된다.

어른들께 드리는 선물로는 건강식품이 가장 무난한 평가를 받는다.
그 종류만도 허다하고 시대에 따라 수시로 유행이 변한다.

대개는 귀한 약재가 주재료를 이루지만 때로는 아주 평범한 푸성귀가 약재가 되기도 한다.
요즘 새롭게 뜨는 건강식품 중 하나가 부추이다.

김치 담글 때 부재로로 넣거나 부침개, 각종 무침요리 등을 할 때 쓰이는 부추는 너무 흔해 약재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알고보면 부추만한 약재도 없다.

최근 금산의 한 업체가 부추를 다려 즙으로 만들어 공급을 시작했고, 반응은 의외로 좋다.
“봄 부추는 인삼 녹용하고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여름 부추야 말로 장어와 백숙, 영양탕보다도 뛰어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추는 효능이 아주 뛰어난 스테미너 식품이다.

부추는 단백질, 지질, 당질, 회분, 비타민A와 비타민B2, 비타민C, 카로틴, 칼슘, 철 등의 영양소가 많은 녹황색 채소로 부작용도 없고, 누구에게나 효능을 발휘하는 건강식품이다.

식재료의 한께를 벗어나 건강식품으로 부상하고 있는 부추에 대해 알아보자.

◆부추의 전성시대
한동안 과일과 채소즙이 유행했다.
사과즙, 배즙, 양파즙 등 다양한 즙들이 출시돼 각 가정마다 과일이나 야채즙을 먹는 것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과일과 야채즙을 애용한다.
다양한 즙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자랑하고 광고를 하지만 그 많은 즙 중에서 백미는 단연코 부추즙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안덕균 박사가 쓴 ‘新동의보감’에 따르면 부추즙은 구토와 토혈, 메스꺼움, 식중독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약물중독이나 뱀·전갈 등에 물렸을 때도 부추즙을 마시면 독성이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이밖에 구토나 토혈, 비혈, 천식, 식중독 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부추즙 뿐 아니라 부추는 건강식품으로 부추부침가루, 부추국수, 부추당액음료, 부추볶음음료 등 여러 건강식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또 웰빙 바람이 불면서 집 베란다에 작은 농장을 꾸며 작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는데 부추는 인기 만점 작물이다.

부추는 키우기 쉽고 생명력도 강할 뿐만 아니라 뿌리만 온전하면 계속 나기 때문에 유기농채소를 키우려는 가정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울러 부추는 꽃도 매우 아름답고 키우기 쉬워 관상용 식물로도 각광받고 있다.
르네상스를 맞은듯 부추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동의보감도 극찬한 건강식품, 부추
동의보감에 따르면 부추는 채소 중 가장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다. 뱃속을 데워주고 소화를 도와 장을 튼튼하게 해 설사와 복통에도 특효가 있다. 위염, 위궤양 등의 위장 질환에 매우 효과가 높다고 했다.

또 부추는 심장에 작용해 가슴통증 중 하나인 심근경색을 없애주고 철분이 많아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이나 혈전 등 독소와 어혈을 제거해준다.

동의보감의 부추 예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예 상식(常食)하라고 권한다. 허약함을 보(補)하고 허리와 무릎을 데워 튼튼하게 하니 늘 먹으면 좋다고 했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부추를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아 여름에 배탈 났을 때나 겨울감기에 특효가 있다 알려져 있다.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부추는 잎이 뜨겁고 뿌리는 따뜻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밖에 당뇨병 환자는 부추를 끓여 자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고 설사, 야뇨증, 수족냉증, 신경쇠약 환자에게도 좋으며 중풍 예방효과도 있다.

화상이나 동상, 습진에 걸렸을 때는 잎을 으깨어 환부에 붙이면 응급처치 효과도 있다.
특히 부추를 생으로 먹었을 때 매운 맛은 혈을 통하게 하고 맺힌 것을 풀어주고 익혀서 먹을때 단 맛은 속 기운을 보충하며 간장을 돕는다.

◆자연이 준 자양강장제, 정구지
‘부추 씻은 첫 물은 아들도 안 주고 신랑만 준다’, ‘부추는 절간 앞마당에 심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남성의 정력에도 큰 효과가 있다.

부추의 매운맛 성분인 황화알릴은 비타민 B1과 결합해 알리티아민이 되는데, 이는 천연 피로회복제로 피로를 풀어주고 활력을 높여줘 정자 수를 늘려 주며 여성의 자궁내막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래서 부추는 부부 간의 정을 오래 유지시킨다는 뜻으로 정구지라고도 불린다.
부추뿐만 아니라 부추 씨도 강장에 큰 효능이 있다.

부추 씨는 구자라고 불리기도 하며 각종 비뇨생식기질환, 조루증, 유정, 몽정 등의 질환에 탁월한 효과를 보여 부추를 찾는 남성이 부쩍 증가하는 추세이다.

부추로 무덥고 습한 여름에 잃어버린 체력을 되찾고 부부의 사랑을 부추겨보는 건 어떨까?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서양에선 부추의 쓰임새 달랐다?

나라 상징하는 국화에 병사들의 휴대약품으로 사용

극동아시아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즐겨먹는 부추는 서양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는다.
동양에서는 부추를 기운을 북돋아주는 건강채소로 여겼기 때문에 늘 즐겨 먹었지만 서양에서는 부추를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 했다.

영국 웨일즈에서는 한때 부추를 나라의 상징인 국화로 삼았다.
640년 웨일즈의 브리튼 족과 색슨 족이 전쟁을 치루고 있을 때 웨일즈의 수호신이 적군과 아군을 구별키 위해 부춧잎을 가슴에 달도록 했다고 한다.

또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를 응급처치하기 위해 병사들이 부추를 휴대약품으로 지니고 다녔으며 부추를 끔찍이 아꼈다고 전해진다.

웨일즈의 부추사랑은 국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웨일의 국기가 흰색과 초록색이 들어가는 이유도 부추의 뿌리와 잎 부분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또 성 데이비드 데이(웨일즈에 있는 메네비아 수도원의 설립자이자 초대 수도원장이었던 Saint David를 기리는 날)에는 웨일즈인 모두가 수선화와 부추를 몸에 장식으로 하고 다닐 정도로 웨일즈는 부추를 매우 아낀다.

로마의 황제 네로도 부추를 굉장히 아꼈다고 한다.
네로 황제는 음악을 사랑했으며 스스로 뛰어난 성악가라고 자부했지만 기록에 따르면 네로의 목소리는 힘이 없을뿐더러 음색이 허스키했기 때문에 성악에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성악에 빠진 네로 황제가 좋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먹었던 음식이 바로 부추였다고 한다.

또 연설을 하기 전에는 항상 부추를 챙겨먹었으며 약으로도 사용해 항시 휴대하고 다녔다고 전해진다.

로마의 역사가이자 군인, 정치가였던 플리니우스는 자신의 저서 ‘박물지’에 이 같은 사실을 기록했다.

플리니우스는 네로와 같은 시대를 산 인물이면서 네로를 옆에서 지켜본 높은 관직이었으니 네로가 부추를 먹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는 기록은 그가 직접 목격한 것일 수도 있어 신빙성이 높다.

그런데 부추가 목청에 좋다는 믿음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널리 퍼져 있던 속설이었는지 아리스토텔레스도 자고새의 울음이 아름다운 까닭은 부추를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예부터 막걸리와 부추전을 즐겨먹었고, 김치를 만들 때도 부재료로 부추를 선호했다.

최근에는 보다 많은 양의 부추를 쉽게 섭취하기 위해 즙을 다려 먹는 패턴이 유행하고 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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