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작가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

플로베르(왼쪽), 알베르 오귀스트 푸리가 그린 '보바리 부인의 죽음'(오른쪽)
플로베르(왼쪽), 알베르 오귀스트 푸리가 그린 '보바리 부인의 죽음'(오른쪽)

#. 보바리, 보봐리
한글은 각국 언어 현지발음을 가장 원음에 가깝게 표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거의 세계정상급일 듯싶다. 특히 원음과 너무 동떨어진 발음으로 표기하는 중국어, 일본어와 비교할 때 탁월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런 한글체제에서 알파벳 f와 p음, 그리고 b와 v를 적을 때는 그 변별력이 다소 퇴보하는 듯하다. 두 입술을 열어 발음하는 양순음과 윗니로 아래 입술을 치고 나오는 순치음의 차이를 구분하여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설 제목 ‘마담 보바리’(Bovary)는 b음과 v음을 모두 ㅂ으로 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둘을 구분하기 위헤 ‘보봐리’로 적기도 하는데 호응도는 적은 편이다. 그 ‘마담 보바리’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 탄생 200주년이 되는 올해 그가 남긴 이런저런 기여를 살펴본다.

#. 보바리슴
문학이나 소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마담 보바리’라는 소설 이름과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세계명작이 대체로 그렇듯이 작품의 지명도나 담긴 메시지에 비하여 막상 작품을 꼼꼼하게 읽어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듯 이 작품도 통속적인 줄거리나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 그리고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묘사한 작가의 리얼리즘 수법 등은 널리 알려졌다. 환상과 꿈에 충만한 여인이 환경과 권태스러운 일상에 불만을 품고 일탈행각을 벌이다가 죽음으로 삶을 마감한다는 줄거리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마주하지 않고 꿈과 환상을 좇아 스스로를 분수이상의 존재로 여기는 마담 보바리의 심리상태를 지칭하는 용어, 보바리슴은 현대사회 의식구조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관찰과 작가의 주관, 감정이입을 배제한 플로베르의 글쓰기 역량은 그래서 주목받는다.

#. 끝없이 고치기, 무한정 다듬기
사실주의 소설의 정점에 이르렀다는 문학사적 평가와 함께 집요하고 철저했던 플로베르의 창작노력이 지금 SNS문화에 던지는 교훈은 의미 깊다. 한 줄의 문장, 단어 하나, 마침표와 쉼표 같은 철자기호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플로베르가 기울인 초인적인 집념은 놀랍다. 한 구절을 붙들고 일주일, 한 달을 씨름한 우직한 글쓰기 자세는 쉽게 쓰고 쉽게 보내고 쉽게 받아들이는 이즈음 사이버 시대에 더욱 희귀한 미덕이 되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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