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거리두기

코로나 검사를 위해 보건소 앞에 대기중인 시민들.
코로나 검사를 위해 보건소 앞에 대기중인 시민들.

[금강일보] #. ‘사회적 거리두기’는 마스크 착용과 함께 2년 가까운 코로나 와중에서 사회와 개인을 지켜온 교두보였다. 평범해 보이는 이 용어가 사회, 경제적으로 파급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에 방역당국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 조절에 고심하고 있다. 그동안 지나온 기나긴 터널의 끝이 보이는가 싶었는데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또 다른 도정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전향적인 의식과 대처능력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야겠지만 ‘거리두기’는 코로나 이후에도 우리 사회문화 흐름을 이끄는 핵심지표로 계속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이 그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기계화, 자동화, IT기술에 힘입은 시스템이 코로나로 인하여 더 가속화되고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물리적으로 정량화하여 지켜야 할 준칙이라면 ‘친밀감에 따른 거리두기’ 역시 인간관계와 일상에서 심리적 반응에 따른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가령 친밀한 사람들 간의 거리는 대략 46㎝까지로 본다고 한다. 부부나 연인, 가족같이 가까운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족 같은 사이라도 이 거리가 침범당하면 적대감을 드러내며 공격적인 대응이 이루어 질 수 있다. 친구나 직장동료같이 평소 시간을 같이하는 관계에서 유지되는 개인적 거리는 조금 범위를 넓혀 46㎝~1.2m로 상정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거리는 1.2~3.6m 범위에서 비즈니스나 사무적으로 접촉하는 사람들 사이에 유지되는 간격으로 사무실 업무용 의자는 대략 이 정도의 거리로 배치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적 거리의 경우 3.6m 이상, 대중연설이나 공공장소 접촉에서 불편하지 않게 느껴지는 거리를 나타낸다.

#. 방역을 위한 물리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감정차원의 친밀도에 따른 심리적 거리두기 모두 그 바탕에서 ‘화이부동(和而不同), 경이원지(敬而遠之)’라는 옛 표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나날이 극단, 과잉, 과격으로 치닫는 사회심리 추세에서 적절한 거리 유지는 삶의 형평성과 평정, 균형을 위하여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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