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금강일보] 겨울의 한 가운데서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동지(冬至)를 지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인간은 자연 변화에 순응하면서 그 순환의 마디마디에서 지혜로운 삶의 방식으로 대처해 다른 동물과 달리 이 지구상에서 위대한 존재가 됐다.
그런데 21세기에 이르러 인류가 이룩한 현대 문명에 의한 지구 환경 오염과 생태계 파괴로 지구 온난화의 기후 위기가 인간의 일상적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20여 년 전 ‘우리 문명의 마지막 시간들’의 저자 톰 하트만은 우리 지구가 지금 상태로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세밀한 분석과 함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세계는 지구의 직면한 위기에 대한 절박한 각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연말도 코로나 변종인 오미크론에 의해 조심스러운 연말이 됐다. 어쩔 수 없이 분주한 연말 대신 차분하게 마음을 안으로 돌려 한걸음 내디딜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이미 아주 오래전에 선각자들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안내하고 그 길을 따라 살도록 했다.
이 세상 모든 종교와 철학은 인간의 행복한 삶을 위한 올바른 길의 인도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 날 옛날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많이 갖고 편리한 생활을 하면서도 우리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고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끝없는 경쟁과 욕망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편리한 문명의 이기에만 의존하다 보니 인간의 무한한 잠재 능력과 본질적 가치가 소멸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노자의 '죄악 중에서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은 없으니 넉넉한 줄 알면 항상 풍족하다'라는 말을 마음에 제대로 새기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 볼 일이다. 가슴이 아닌 머리 회전만을 중시하는 세상은 더없이 냉혹하고 각박하다. 그러한 사회는 인간 욕망의 절제를 넘어선 자신의 지나친 이익만을 위한 간교한 속임수와 사기가 판을 쳐 서로 믿음이 깨지고 반목해 사회 질서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우리는 행복하지 못한 것이 물질적 결핍이 아님을 조용히 살필 때 가슴으로 알게 된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가난한 사람은 적게 가진 이가 아니라 너무 많이 갖기를 바라는 사람이다'는 말이 가슴을 생생하게 울린다. 최근에 와서 우리 사회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적 미덕이 사라지고 극도의 개인적. 집단적 이기주의가 상상을 초월해 사회 공동체 붕괴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삶의 깊이보다 삶의 부피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인격과 생명을 망가뜨리는 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건들이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의 행위가 자연 생태계 순환 속에서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쇠도 내버려 두면 녹이 슬듯이 정신이 녹슬면 생활이 타락하기 시작한다. 모든 생명의 존귀함을 지각하는 사람은 삶에 대해 성실한 태도와 하는 일에 책임 있는 자세를 갖고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한다. 반면 어느 것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해 분별없이 세상 흐름에 따르는 사람은 한울타리에 갇히고 만다. 새장 안에만 있는 새가 숲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생각과 이해관계만을 고집함으로써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한다. 그래서 차별과 불평등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공의 가치를 내세워 공동체적 이해를 끌어내 평등하고 민주적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정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 역사에서 지난 1세기 일제 식민시대와 독재정권의 어두운 시대에 전정한 보수가 아닌 부도덕한 반민족 정치 세력들의 강압적 권력에 의한 민족 분열 획책과 민주화의 저지로 정상적인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요즘 내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 현실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앞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뒤로 갈 것인지를 놓고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맹목적 지지에서 벗어나 현명한 이성적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태양이 비치면 먼지도 빛난다” 말했다. 어둠속에서는 먼지가 보이지 않는다. 희망의 태양이 솟을 때 모든 존재는 생활의 활기를 찾고 삶의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