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은 고양이의 계절이다. 그 왕성하고 순수한 호기심과 유연한 생명력….따사로운 햇살 속에 가늘게 조여드는 고양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봄이란 계절은 고양이의 본성과 유난히도 많이 닮아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장 그르니에….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인 그는, 에세이집 ‘섬’(Les Iles)에서 유년시절과 장년시절을 함께 보낸 고양이 ‘물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하나의 생명이 우연처럼 곁으로 와서, 삶의 구석구석을 핥듯이 보살펴주고 위로하다가 바람처럼 홀연히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문장에 담아 보여주고 있다.그는 고양이들의 삶이란 때로는 폭발적인 애정을 받기도 하지만,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 취향이 다른 이들이나 고양이를 평범한 들쥐처럼 취급하는 지방에서는 인간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겪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또한 고양이들의 호사스러운 밤의 여흥(餘興)은 ‘인간이라면 가장 부유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화려한 사랑놀이’라고 표현한다.고양이 물루를 통해 그가 얻었던 것은 생명이 생명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이며, 가슴 훈훈한 애정이었음을 그의 책, ‘섬’은 말 하고 있다.봄의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찌르는 초저녁, 어느 집 얕은 담장 너머에서 아기고양이들의 자그마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는 봄이 주는 싱싱한 생명력이며, 생명과 인간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리는 자그마한 신호다.장 그르니가 그의 벗 물루를 통해 느꼈던 바로 그 생명력이다.임헌영 마리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