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일보] 규슈의 가장 남쪽 해안에 있는 가고시마현은 내해 깊숙이 들어온 가고시마만(湾)을 중심으로 동쪽의 오스미반도(大隅半島)와 서쪽의 가고시마반도(鹿兒島半島)로 나뉜다. 이런 지형은 전남 강진군의 강진만이 내륙 깊숙이 내해가 들어와서 강진군을 가른 것과 엇비슷한데, 가고시마만은 긴코만(錦江湾)이라고도 한다. 그 가고시마 만에 ‘벚꽃 섬’ 사쿠라지마(桜島)가 있다.
사쿠라지마는 약 2만 3000여 년 전 화산 폭발로 섬이 형성된 이후 지금까지 수시로 화산과 용암 가스를 내뿜고 있다. 1914년의 대폭발 때 분출된 용암이 섬의 8개 마을을 뒤덮으면서 오스미 해협이 매몰되면서 오스미반도와 연결되었으며, 해류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도 여전히 ‘섬’이라고 불리고 있다.

사쿠라지마는 기타다케(北岳: 1117m), 나카다케(中岳: 1110m), 미나미다케(南岳: 1060m) 등 세 봉우리가 이어지는데, 2013년 8월 미나미다케에서 폭발한 화산재가 5㎞ 상공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관측 이래로 가장 높이 분화라고 하는데, 이때 분출된 분석(噴石)이 약 1800m 떨어진 곳에 낙하하기도 했다.
2016년 2월에도 큰 화산활동이 있어서 입산이 통제되기도 했고, 2016년 5월에도 분화구에서 분출된 연기가 약 4100m 상공까지 치솟았고, 2019년 11월 8일에도 약 5500m까지 치솟았다. 2021년 4월에도 화산 분출로 인근 민가와 상점에 화산재를 수북하게 흩뿌렸는데, 올해에도 1월 28일 해발 4000m까지 치솟은 화산 폭발이 있었다.

지금도 하루에 두세 번씩 부정기적으로 분출되는 화산재가 약 4㎞ 떨어진 가고시마까지 날아와서 건물이며 도로 위에 수북하게 쌓이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신문과 방송에서 일기예보 때 화산 정보를 따로 전해주고 있을 정도이다.
동서 2㎞, 남북 10㎞, 둘레 55㎞, 넓이 약 77㎢의 사쿠라지마의 동쪽 절반은 가고시마시, 서쪽 절반은 사쿠라지마 정(桜島町)에 속하는데, 섬에는 주민 약 6000여 명이 살고 있다.

섬 주민이나 이것을 바라보는 가고시마현의 주민들은 화산활동을 일상적인 풍경으로 여기며 크게 두려워하지 않고 사는데, 오히려 바다 한가운데 솟아오른 섬에서 하얀 화산재와 붉은 불꽃을 내뿜는 모습을 ‘가고시마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이탈리아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과 자주 비교하면서 가고시마를 ‘일본의 나폴리’라고도 하더니, 이것이 인연이 되어 가고시마시는 1960년 나폴리시와 자매도시 결연했다. 또, 가고시마를 대표하는 훌륭한 관광 자원으로서 1964년 기리시마야쿠(霧島屋久)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가고시마 여행에서 사쿠라지마 관광은 필수 코스가 되고 있는데,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 할 때는 JR 규슈 버스의 사쿠라지마 일주 코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가고시마 중앙역 동쪽 출구 히가시 8.9번 버스정류장(東 8.9 バスのりば)에서 매일 09:00, 14:00에 하루에 두 번 출발하는 일주 코스가 있는데, 요금은 4000엔이다. 요금에는 페리 왕복, 가고시마 번의 별장인 센겐엔(仙巖園) 입장료,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의 자료관인 유신 후루사토관(維新ふるいさと館) 입장료가 포함된다. 왕복 소요 시간은 3시간 30분이다.(센겐엔에 관하여는 2022. 3. 2. 가고시마 센겐엔 참조)
가고시마 중앙역의 관광안내소에서도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가고시마역에서 10~15분쯤 걸어가면 사쿠라지마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다. 페리 선착장에서는 15분마다 페리가 운행하고 있는데, 규슈 버스사업자 연합 패스인 'SUNQ 패스'나 가고시마 큐트 패스가 있으면 페리를 무료로 승선할 수 있다. 렌터카도 탈 수 있고, 또 가고시마와 반대쪽인 다루미즈시 방면에서 용암 국도라고 하는 224번 국도로도 갈 수 있다. 하지만, 섬 안에서는 교통이 불편하여 젊은이들은 자전거를 끌고 페리를 타거나 섬의 선착장 부근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일주하기도 한다.

그런데, 선착장에서 고작 15분 운항하는 페리의 규모가 장거리 항해를 하는 페리처럼 3층 높이의 대형 선박인데, 이것은 불시에 화산이 폭발할 때 즉시 사쿠라지마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비상용이라고 한다.
사쿠라지마의 선착장 부근은 섬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이다. 이곳의 사쿠라지마 방문객 센터(桜島ビジターセンター)는 사쿠라지마의 분화 역사, 자연환경 등 사쿠라지마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전시·해설하고 있는 작은 박물관으로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로 개관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입구의 기념품 판매점에서는 산큐패스로 기념품을 살 때는 할인도 해준다.

또, 선착장 부근에서는 주민들이 비옥한 화산재 토지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런 풍경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산이나 바다 혹은 유적지 부근에서 익히 볼 수 있는 풍경이어서 그다지 생소하지 않다. 다만, 방문객 센터에는 섬에서 재배한 무 한 개가 무려 31.1㎏이나 되는 것을 전시하고 있을 만큼 비옥함을 알 수 있다.
여행객들은 방문객센터를 돌아본 뒤 관광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가는데, 선착장 부근의 노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오토바이 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대여 요금은 400엔이고, 섬의 지도까지 준다. 사실 자전거는 자동차로 다니면서 갈 수 없는 곳까지 돌아볼 수 있는 편리함이 있지만, 산길을 오르는 데는 그만큼의 불편함도 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화산재 천지여서 매우 삭막한데, 대체적인 풍경은 제주도와 비슷하다. 사쿠라지마의 정상은 1100m이지만, 해발 373m에 있는 유노히라 전망대(湯之平展望所)가 여행객이 올라갈 수 있는 한계지점이다. 미나미다케 분화구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은 포토존으로서 360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반둥이나 발리, 대만의 베이타우 온천은 제쳐두고라도 진한 화산가스의 분출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시마바라 운젠, 벳푸의 일곱 개 지옥 온천을 보고, 또 뜨거운 온천탕에 입욕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가소롭기만 하다.

사쿠라지마의 해변도로에는 택시를 타고 관광하는 가족들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2021. 5. 26. 인도네시아 반둥 땅꾸반 뿌라우 화산, 2022.1.12. 시마바라 운젠온천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