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서운 겨울이 지나가고, 대청호는 봄맞이가 한창이다. 정적인 분위기를 떨쳐내고 하나둘 생명을 퍼뜨리기 위한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벚꽃, 개나리, 진달래 등 다양한 색의 봄꽃 시즌이 점점 짙어가고 있다. 대청호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힐링 명소를 방문해보자. 때론 느린 걸음으로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사색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대청호오백리길 중 자연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는 2구간 찬샘마을길을 소개한다.
이현동서 시작해 찬샘마을 냉천종점까지
임도변에 핀 벚꽃·진달래는 상춘객 마중
찬샘정 등산로 따라 노고산 정상 오르면
발 아래 탁트인 대청호 파노라마 펼쳐져
소원의 종도 설치돼 소원 비는 재미까지
◆ 2구간의 출발점 ‘이현동 거대억새습지’
억새는 가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구간의 끝이자 2구간의 시작점인 이현동에는 거대한 억대습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규모는 1만 2116㎡(약 3600평), 억새와 노랑꽃창포, 삼백초, 수련 등 수생식물 군락이 조성돼 있고 버드나무 군락은 대청호와 접해 있는 형세다. 근처엔 이현동 마을협동조합에서 개최하는 호박축제장이 있다는 점도 쏠쏠한 볼거리 중 하나다.
◆ 찬샘마을
찬샘마을로 향한다. 이현동 억새습지에서 호반길을 따라 2㎞ 정도를 걸어가면 마을이 나온다. 산비탈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어 걸어가는 데 지장이 없다. 마을 지근에 도달하면 데크길이 대청호 위를 지나간다. 호수 한가운데를 지나는 건 아니지만 은근히 높은 데크길에서 대청호를 내려다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곳을 지나 찬샘마을에 진입, 부수동 전망좋은 곳까지 갈 수 있다. 이곳까지 걸어들어가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찬샘마을 초입에서 왼편으로 난 임도를 따라가면 된다. 길을 걸어가다 왼편을 보면, 호수 너머 아까 지나쳐온 이현마을이 반갑게 인사한다.
임도변에 핀 봄꽃과 중간중간 우뚝 솟은 메타세콰이아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나무 사이사이 대청호도 모습을 드러낸다. 임도 주변에는 차를 세울 수 있는 공터도 있어 가족과 함께 간단한 소풍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비가 내릴 경우 공터가 진흙바닥으로 변할 수 있는 만큼 날씨 체크는 필수고 뒷정리도 철저히 해야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전망 좋은 곳'은 임도 끝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더 좋은 장소가 있는데 왼편 호숫가 쪽으로 200m 정도를 들어가면 나오는 곳이다. 대청호 바로 앞까지 걸어가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전망 좋은 곳에 도달해 땀을 식힌 뒤 성치산 봉우리에 있는 성치산성의 흔적을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대전시 기념물 29호인 성치산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역사가 묻어있다. 높지는 않으나 산등성이를 따라가면 등산 거리가 꽤 길다.

◆ 찬샘정에서 냉천종점까지
산에서 내려와 다시 길을 나와 임도를 따라 이동하다보면 대청호 풍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찬샘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대청호 조성으로 고향을 잃은 실향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난 1999년 조성한 정자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실향민과 방문객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있다. ‘찬샘정’이라는 이름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고 얼음처럼 차고 시원한 샘물이 솟아나는 찬샘이 있는 마을이라는 찬샘내기(냉천동, 냉천골)에서 따왔다. 대청호반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조화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특히 대청호 조성으로 마을이 잠긴 실향민들에게는 마을의 향수를 전해준다. 찬샘정 앞에 위치한 등산로를 따라 노고산성(老姑山城)으로 올라갈 수 있다. 노고산성(대전시기념물 제19호)은 동구 직동 뒷산인 노고산(250m) 정상부에 있는 산성이다. 남북쪽으로 장축을 이룬 타원형의 퇴뫼식 산성으로 성 둘레는 300m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는 성벽 대부분이 허물어져 그 윤곽만 확인할 수 있다. 남쪽 성벽의 일부만 남아 있고 성벽 한 곳에서 폭 2.3m의 문터가 확인됐다. 노고산의 이름은 산 정상부에 위치한 ‘할미바위’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올라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등산로 초입부터 정상까지 언덕과 평지가 반복된다. 체력이 부족하다면 물을 충분히 챙겨 천천히 여유를 갖고 등반하도록 하자.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으며 도착한 정상부 근처 풀숲 사이에 일부 석축이 숨겨져 있어 노고산성의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평평한 정상부에는 벤치와 ‘소원의 종’이 설치돼 있다. 점점 봄의 절정으로 치닫는 4월, 노고산성 정상에서 대청호를 바라보면 멀리 있는 산들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느덧 봄이 계절을 돌아 또다시 우리들을 찾아왔다는 게 실감난다. 노고산성이 주변에 위치한 산보다 높은 고도에 위치하는 만큼 경관도 아름답다. 대청호와 주변 산들이 아기자기해 보인다. 산성에서 다시 등산로를 타고 2구간의 끝인 냉천골 정류장으로 향한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엔 드문드문 민가가 위치해 있어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저녁 시간대라면 장작 태우는 냄새도 맡을 수 있다. 냉천골 정류장엔 대전 시내버스 71번이 일 3.5회 운영된다. 시간을 잘 맞춘다면 2구간 유람을 마치고 시내로 돌아가기 용이하다.
글·사진=박정환 기자 pjh@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