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천수각에서 본 고쿠리 시내
천수각에서 본 고쿠리 시내

[금강일보] 규슈의 최북단인 기타큐슈(北九州)는 1963년 와카마쓰(若松), 야와타(八幡), 도바타(戶畑), 고쿠라(小倉), 모지(門司) 등을 합병하여 탄생한 시로서 약 100만 명이 살고 있다. 기타큐슈의 중심지는 고쿠라 지역인데, 규슈에서 혼슈로 통하는 관문이자 육지와 해상의 교통의 중심지였던 고쿠라 지역은 전국시대부터 수많은 전쟁이 벌어진 격전지였다.

1569년 주고쿠(中央) 지방의 모리(毛利) 가문이 무라사키 강(紫川) 하구의 서쪽 언덕에 강을 천연 해자로 삼아 쌓은 부젠국(豊前国)이었으나, 1590년 규슈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그의 가신 모리 가쓰노부(毛利勝信)에게 영지로 주었다. 그러나 도요토미 사후에 벌어진 1600년 세키가하라(関ヶ原)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德川家康)가 가신 호소가와 다다오키(細川忠興: 1563~1645)에게 영지로 주었다. 이후 호소가와가 1602년부터 7년간에 걸쳐 성을 쌓고 고쿠라 번의 번청(蕃廳)이 되었으나, 1866년에 폐번(廢蕃) 되었다. 2차대전 후에는 연합군이 주둔하다가 철군했다.

고쿠라성 천수각
고쿠라성 천수각

고쿠라 역에서 고쿠라성(小倉城)까지는 버스로 두 정거장이고, 걸어서도 15분이면 갈 수 있다. 고쿠라성 길 건너편에는 기타큐슈 시청이 있으며, 고쿠라성 관광은 고쿠라성 이외에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고쿠라 정원(小倉園) 등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입장료는 고쿠라성(350엔), 고쿠라 정원(350엔),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600엔)으로서 각각의 입구에서 살 수 있고, 세 군데 모두 입장할 수 있는 통합입장권은 700엔으로서 도로변에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에서 판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은 고쿠라 출신으로서 센세이션한 소설과 역사의식이 담긴 작품을 많이 남긴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淸張: 1909 ~1992)를 기념한 문학관이다.

고쿠라정원의 번주 내실
고쿠라정원의 번주 내실

일본의 성곽은 세 구역으로 나누고 이것을 마루(丸)라고 하는데, 고쿠라성에는 12개의 성문과 혼마루(本丸)를 중심으로 남쪽에 마쓰노마루, 북쪽에 기타노마루를 두고, 그 주위를 니노마루(二の丸)와 산노마루(三の丸)가 둘러싼 평지성(平地城)이다. 니노마루 어전에는 다이묘(大名)가 살고, 산노마루에는 가신들의 저택을 배치했다. 성 외곽에 깊고 넓은 해자를 만든 이외에 성안의 니노마루와 혼마루 사이에 또다시 해자를 만든 것은 결국 다이묘도 심복들을 전적으로 믿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마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 상
마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 상

고쿠라성에는 대천수와 소천수 각각 1기, 단층 망루 117기, 2층 망루 16기를 만들었으나, 폐번 이후 천수각만 1959년에 복원했다. 일본은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성은 넓은 해자와 거대한 자연석 돌로 웅장하게 쌓아서 개골창 같은 형식적인 해자를 만들고, 읍성은 물론 국경의 산성조차도 여염집 담장처럼 작은 돌로 쌓은 우리와는 천양지판이다.

고쿠라성과 고쿠라 정원으로 통하는 길은 복원되지 않은 정문이나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옆에서 들어갈 수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옆으로 난 숲길로 들어가면, 폐번 이후 연합군이 주둔했던 터였음을 알려주는 흔적과 안내판이 있다. 이곳에 오가사와라 시대에 최고의 검객인 쌍칼의 명수 마야모토 무사시(宮本武將)와 장검의 명수 사사키 코지로(佐佐小次郞)가 겨루는 동상이 있다.

1612년 음력 4월, 두 무사는 시모노세키 앞의 작은 섬 간류지마(巖流島)에서 우열을 겨루기로 했다. 코지로가 먼저 도착했지만 무사시가 나타나지 않자 그는 약이 올랐다. 새벽이 되어서야 배를 타고 도착한 무사시는 타고 온 배의 노를 자신의 쌍칼로 깎아 긴 목검을 만들더니 쌍칼은 배에 놓고 목검만 들고 나섰다. 때마침 바다 위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자 무사시는 햇살을 등진 형국이 되었는데, 밤새 씩씩거리며 기다리다 지친 코지로는 무사시를 보자마자 단칼에 끝장내려고 장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무사시가 살짝 비키자 강한 햇살이 코지로의 눈을 보이지 않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무사시의 긴 목검이 코지로의 정수리를 내리치면서 결투는 끝났다. 이렇게 단숨에 승부가 결정 난 세기의 결투를 훗날 코지로의 검법인 간류(巖流)의 명칭을 따서 '간류섬(巖流島)의 결투'라고 한다.

연합군주둔 표지석
연합군주둔 표지석

울창한 고목이 숲을 이루는 마쓰모토 기념관 옆길은 호소가와 가문에 이어서 고쿠라성의 번주가 되었던 오가사와라(小笠原)가의 별장이 있다. 고쿠라 정원은 오가사와라 정원이라고도 하는데, 에도 시대의 무사저택(武士邸宅)을 재현한 고쿠라 정원은 아름다운 정원, 일본 전통차를 즐길 수 있다.

고쿠라성의 천수각은 석축 부분이 18.8m이고, 성은 28.7m로서 전체높이가 47.5m라고 하는데, 5층이 4층보다 넓은 독특한 구조다. 1층의 오른쪽에 매표소가 있고, 1층은 역사 자료실, 2층은 성내 체험, 3층은 민속제품 자료 전시관, 4층은 기획전시실, 5층이 전망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1층은 왼쪽 벽부터 1602년 고쿠라성 축성 당시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로 고쿠라성의 변천 역사를 그림으로 소개하고, 그 아래에는 고쿠라성의 축성을 인형과 조각 등으로 보여주고 있다.

마쓰모토기념관 옆길
마쓰모토기념관 옆길

특히 사진 자료 중 일본의 주요성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2층은 고쿠라성의 번주였던 호소가와가와 오가사와라가를 소개하는 자료와 무기들이, 3층에는 무사 마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의 자료와 규슈의 민예품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3층에서 4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폭 2.9m 길이 4.7m의 호랑이 그림이 한 점씩 걸려있는데, 이 그림은 고쿠라성이 소실된 1866년 임인년 호랑이해를 상징하여 그린 암수 한 쌍으로서 일본 최대의 호랑이 그림이라고 한다.

고쿠라성 입구
고쿠라성 입구

2층에서 천수각인 5층까지는 계단 이외에 엘리베이터로도 올라갈 수 있는데, 5층 천수각에 올라가면 고쿠라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그렇지만, 다른 성의 천수각과 달리 추락 방지를 위해서 촘촘한 방충망으로 막아두어서 시야가 투명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고쿠라성벽
고쿠라성벽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