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한 친구가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점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하다가 음식업계에 관한 관심을 두더니 급기야 본인이 직접 음식점을 차렸다. 처음 시작한 회덮밥 전문점에서 호되게 손해를 경험했다. 수년에 걸쳐 고생하며 온 힘을 다해 운영했는데도, 적자가 누적돼 빚만 잔뜩 안는 결과를 안았다. 그러나 그 손해를 복구하는 방법은 그래도 음식점 경영이 가장 빠를 거라고 판단해 아귀찜·해물찜 전문점으로 다시 도전했다. 전보다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새로 차린 음식점도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두 번째 식당을 몇 해 운영하면서 그 친구는 음식업 경영에 관한 경험과 지식이 쌓였다. 음식점 경영을 통해 성공에 도달한 이들이 집필한 책을 다수 읽었고, 전국적으로 소문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맛의 비법과 경영 노하우를 배웠다. 전문가로부터 경영 컨설팅도 받았다. 이런 노력 덕에 매출은 점차 증가하고 안정 궤도에 올라섰다. 처음 식당을 경영할 때는 휴무가 없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한 달에 두 번 휴무를 했다. 한참이 지나 일주일에 하루씩 휴무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그 친구가 결단을 내렸다. 6월부터 식당 주5일 영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주말과 휴일 매출이 평일보다 높아 남들 다 쉬는 주말과 휴일이 아닌 평일에 이틀을 쉬기로 했다. 식당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상 주5일 영업은 아직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삶의 질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주 이틀의 휴무로 인한 매출감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시행 초기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손님들이 휴무 날을 피해 휴무가 아닌 날 방문해 줄 것으로 그 친구는 예측하고 있다. 개업 초기에 처음 배달을 하다가 배달을 중단하고 포장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더니, 배달 매출이 포장 매출로 대체된 경험을 믿었다. 주5일 영업 시스템이 정착하면 손님이 그 일정에 맞춰 식당을 방문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주위에선 너무 위험부담이 큰 것 아니냐며 크게 염려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감에 넘친다.

내가 아는 식당 중에는 저녁 장사를 안 하고 오직 낮에만 손님을 받는 곳이 있다. 그 식당은 수십 년째 그렇게 운영하고 있어 손님이 알아서 그 시간에 맞춘다. 그 식당은 일요일 영업도 하지 않는다. 한술 더 떠 4월부터 10월까지 하절기에만 장사를 하고, 동절기에는 아예 문을 닫는 식당도 있다. 그 식당 역시 수십 년째 그렇게 영업을 하니 손님들이 그 시스템에 맞춰 방문한다. 그 집은 망하지 않았고, 경영에 큰 어려움이 없다.

주5일제 근무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다. 최근에는 주4일 근무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음식점 경영자를 비롯한 자영업자에게 주5일제 근무는 아직 꿈 같은 이야기다. 일주일에 하루를 휴무로 하는 풍토가 많이 확산했지만, 여전히 휴무가 없거나 한 달에 하루나 이틀 문을 닫는 업소가 더 많다. 그러니 식당의 주5일 영업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경영이 안정단계에 접어들어야 가능할 뿐 아니라 업주의 용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직 주5일 영업을 시행하는 식당은 극소수에 그친다.

자영업자 비율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높은 대한민국이다. 특히 음식점의 경쟁은 치열하기 짝이 없다. 자영업자가 많은 만큼 임대료도 비싸다. 인건비 부담도 날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식재료의 가격 상승이 하루가 다르다. 여러모로 자영업자, 특히 식당업자의 한숨 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그 친구는 과감하게 주5일 영업을 시행했다. 워크홀릭(일 중독)에서 과감히 탈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근로자 삶의 질이 올라가는 만큼 자영업자 삶의 질도 올라가야 하는 게 맞다. 주5일 영업을 선언하는 자영업자가 날로 늘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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