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언어신호 접근 불가능
발달능력 저해된 아이들 급증
투명마스크 보급 목소리 고조

“아이가 문장을 완성할 줄 몰라요. 네 살이 되도록 ‘엄마, 밥’처럼 단어만 나열할 수 있어서 걱정입니다.”
대전 서구에 사는 A 씨의 하소연이다. A 씨는 결국 최근 관내 한 언어발달센터에 치료를 신청하고 대기 중이다.
2년간 이어져 온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언어발달 능력을 저해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유아들의 언어발달을 위해선 화자의 입술이나 표정을 읽어내는 게 중요한데 마스크를 쓰면서 그럴 수 없게 됐고, 그 가운데 A씨 아이의 사례처럼 문장 구성을 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발음이 불가한 등 또래보다 언어발달이 뒤늦은 아이들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자체 차원의 투명 마스크 보급이나 치료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한 설문조사 결과 실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의 75%가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 때문에 아이들의 언어 노출이나 사회적, 정서적 발달 기회가 매우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이를 두고 대전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황상원 교수는 “아이들은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lip-reading)’를 시작하고 이를 통해 시각적인 언어 신호에 접근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방해를 받는 만큼 마스크 착용은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생후 1~6개월에는 ‘우’, ‘아’ 같은 모음에 가까운 옹알이를 하고, 6~12개월 경에는 ‘맘마’, ‘빠빠’ 등 단숨에 여러 음을 낸다. 돌부터 18개월까지는 완벽히 발음하지 못해도 익숙한 단어의 뜻을 인지하고, 18개월부터 두 돌까지는 두 단어를 결합하거나 간단한 단어로 자기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후 2~3살 경에는 명사와 동사를 결합해 표현하고 이후 3~4개의 단어로 된 문장을 구사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24개월까지 발화(發話, 소리를 내어 말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하지 못하거나, 36개월이 넘도록 두 단어를 이용한 문장을 구성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대전 소재 한 어린이집 원장 B 씨는 “영유아 시기는 며칠 사이에도 말이 훌쩍 늘어나는 때다. 마스크를 쓰면 아이들이 입모양뿐만 아니라 찡그리거나 웃는 등의 표정도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 전체적인 소통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 어린이집에서도 이미 다섯 명 정도 언어발달 검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또래보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언어발달 정도가 느린 아이들에겐 병원을 찾아 상담 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지자체 차원의 투명마스크 보급과 치료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역 C 아동발달센터 관계자는 “유아와 소통하고 수업할 때 교사의 구강구조를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며“최소한 영유아 교육기관에 대한 투명 마스크 지원과 언어발달은 사회성이나 지적문제와의 연관성이 높은 만큼 언어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치료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