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 지점서 제도 적용 안 됐다는 주장 속속
소송 사례 늘면서 제도 점검 필요 목소리 고조

지역의 일부 은행 지점들이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에게 제도 이전의 업무를 그대로 적용 중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대법원이 이 같은 경우에 대한 임금피크제 적용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만큼 은행권의 임금피크제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지방은행 내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직원 수가 19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금피크제도는 일정 연령이 지난 장기근속 직원의 임금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정년에 가까운 연령에 도달한 뒤 퇴직 대신 고용을 보장하되 임금을 감축한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에서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연령은 만 56세로, 지난 2016년 은행의 정년이 60세로 늘어난 이후 은행들은 정년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는 방식을 적극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무효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제시하면서 은행권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고 있다. 이 같은 대법원의 결론을 바탕으로 일부 은행의 지방 지점에서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역 한 은행에 근무하는 금융노조원 A 씨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제도 적용 이전의 업무를 그대로 실시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사측에선 사무보조 등 후선업무로 빠졌기 때문에 효력이 있다고 하지만 규모가 작은 지점의 직원들은 후선업무로 빠지기 어렵다. 임금은 최대 50% 가량 적게 받으며 업무는 기존과 똑같이 하고 있는 억울한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기 위해 지역 지점 행원을 모두 본점 혹은 대형 지점으로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직원의 경우 기존 업무를 하도록 허용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는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의 귀띔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 노조들이 사측을 향해 제도로 인해 깎인 임금을 반환해달라고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사측도 A 씨 등 지역 지점 직원들의 주장을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소송 움직임이 더욱 확대되기 이전에 임금피크제 적용 사안에 대한 대대적인 재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B 은행 관계자는 “일단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소송 등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기 전에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듣고 재점검에 나서는 게 좋을 듯싶다”면서도 “솔직히 은행권에선 임금피크제보단 희망퇴직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인력 축소가 필요한 상황인만큼 임금피크제 손질보다도 위로금을 늘리는 등 희망퇴직 유도 방안이 더욱 확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kmj0044@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