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주시 놀이공원 ‘두리랜드’

어린아이가 나타나면 빙 둘러 앉은 가족들은/
크게 소리 내어 박수를 친다. 부드럽게 반짝이는 아이의 눈길은/
모든 이의 눈을 빛나게 한다/
세상에서 제일 슬프고 가장 깊게 패였을 이마 주름살도/
천진하고 기뻐하는 아이가/
나타나는 걸 보면 대번에 펴지는구나.

- 빅토르 위고 ‘아이가 나타나면’ 중

#. 자고 있는 아기 얼굴을 들여다본다. 옹알이를 하며 손발을 꼼지락 거리다가 뜬금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 생명의 신비, 외경을 느낀다. 그러다가 아기가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 인간과의 부대낌에 생각이 미친다. 그것도 잠시 어린아이, 특히 더구나 스스로 걸어 다니기 전 즈음의 얼굴과 표정, 몸동작을 바라보면 꾸밈없이 순수한 모습에 마음이 정화되고 장차 밝고 훌륭하게 성장할 모습이 그려져 희망이 차오른다.

위의 시를 쓴 빅토르 위고는 특히 어린이를 사랑했던 작가였다. 필생의 문학적, 철학적 신념이었던 인도주의, 박애사상은 어린이를 통하여서도 구체적 실물감으로 나타난다. ‘레 미제라블’에서 불쌍한 아이 코제트를 향한 장 발장의 헌신적인 사랑은 불멸의 부성애로 그려진다. 그러다가 위고 생애 후반에 이르면 그의 어린이 사랑은 자신의 친손주들에게로 쏠린다.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아들 샤를도 죽게 되자 강박관념같은 보호본능, 무조건적인 애정이 가중되었다. 잔과 조르주, 두 아이를 향하여 쏟는 할아버지의 사랑은 ‘할아버지 노릇 하는 법’ 이라는 시집에 촘촘이 그려져 있다. 위고의 어린이 사랑은 중요한 문학적 주제를 이루었던 초, 중기 무조건적인 절대긍정에 자신의 사후에 남게 될 손주들을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근심이 덧입혀지면서 시각이 다소 제한적이 되었을지라도 인간적인 호흡과 절절함이 느껴진다.

#. 어린이들을 향한 무상의 사랑과 긍정의 눈길, 배려는 보다 성숙한 휴머니즘을 구현한다. 어린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바라만 보아도 마냥 흐뭇하고 즐겁다면 삶의 어려움, 일상의 스트레스는 이내 사라지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30여년간 경기도 양주시에서 놀이공원 ‘두리랜드’<사진>를 운영하는 탤런트 임채무 선생의 어린이 사랑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숱하게 매스컴에 보도되었다시피 그동안 누적된 백 수십억 채무, 코로나 기간 중 절체절명의 곤경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즐겁게 운영하고 있는 집념은 대단하다. 경제적 수익성을 우선하고 조금의 어려움과 고통에도 쉽게 포기하는 이즈음 세태에 여러 울림을 준다. 세계수준급 테마파크는 아니지만 어린이 취향과 선호도를 최대한 반영한 다양한 놀이기구와 심신발달을 북돋우는 시설을 계속 확충하고 있는 임채무 배우의 어린이 사랑, 아이들 뛰노는 모습을 보면 그냥 즐겁다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여유가 오래 이어지기 바란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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