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보컬 그룹 ‘백발소년단 (BBS)’

#. 고등학교 때 선생님들 연세가 대부분 50대 후반, 60대 초인 줄 알았다. 당시에는 65세 정년이었으니 모두 퇴임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분들로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졸업 40주년 사은회에 은사 여러분이 오셨는데 80대 초·중반으로 건강하신 모습들이었다. 그렇다면 당시에는 40대였을텐데 어찌 그리 노숙하고 늙어 보였던지. 1920년대 출생하신 분들이 많았으니 일제 강점기 궁핍한 시절에 유·청소년기를 보냈고 광복, 6.25 전쟁 기간에 청년기였으니 신산한 환경 속에서 나이보다 훨씬 연로해 보였을 정황이 이해되었다.
이즈음에는 연령과 외모의 상관관계가 역전되었다. 예외도 있겠지만 대체로 나이에서 10여 살, 15살 정도를 빼면 어울릴 듯한 모습과 삶의 리듬이 보편화되었다. 20대 같아 보이는 40대, 40대로 보임직한 60대가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고령사회는 이렇게 외양과 나이의 불일치를 동반하며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 공자께서 말씀한 60세가 되어 이른다는 ‘이순(耳順)’의 경지, 귀가 순해져서 어떤 말을 들어도 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고 거슬림이 없다는 이 경지는 삶의 경륜이 축적되어 사리판단이 성숙해지는 시기를 지칭한다. 21세기에 이순은 여기에 더하여 새로운 모험을 시도하거나 종전에 소극적이었거나 포기했던 대상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포함시켜야 할 만한 여러 현상이나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순의 개념과 범주가 훨씬 넓어지고 변화된 듯하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미디어, 콘텐츠의 확산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이 투여되는 일상환경의 영향으로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노년세대의 과감한 도전과 시도, 사회참여는 주목할 만한 문화현상을 이루고 있다.
#. 평균 나이 63세 보컬 그룹 ‘백발소년단’<사진>이 8월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노년 세대의 활발한 사회참여가 날로 가속화되는 가운데 BBS라는 약칭으로 흰머리 흩날리는 평균 신장 183㎝ 트로트 보컬그룹은 단순한 가십성 화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경험하는 급격한 감성문화 확산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듯하다.
영화감독, 주방기구 제조업체 사장, 식당 대표, 대학교수, 마트 대표 그리고 자동차 회사 장기근속자 등 음악과는 먼 삶을 살아온 6인 그룹은 지금 활약 중인 젊은 아이돌 그룹의 40년 뒤를 상상한다는 명제를 들고 노익장 시대 한가운데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30년 이상 정진해온 백발소년단 멤버들이 데뷔곡 ‘멋진 인생’의 제목이 암시하듯 포기하고 물러나거나 체념하는 삶을 미덕으로 꼽았던 예전 노년세대의 소극적 가치관에 도전장을 내민다.
이들 ‘젊은 노년 그룹’의 롱런 여부는 무엇보다도 세대 공감의 가창력을 비롯한 음악적 역량이 좌우할 것이다. 아울러 오랜 산업화 과정에서 힘들게 일하며, 모셔야 할 윗세대, 돌봐야 할 아랫세대 틈바구니에서 외롭고 고단한 도정을 걸어온 계층,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애환을 달래며 삶의 기쁨과 존재의 의미를 노래하는 음유시인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