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비판한 푸틴 전 측근, 건강 악화... 독극물 암살 의심까지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 / 연합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러시아 대통령 특별대표 / 연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고위 고문직을 던지고 조국을 떠났던 러시아 시장경제 개혁가 아나톨리 추바이스(66)가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AP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지인이자 러시아 언론인인 크세니야 솝차크는 “추바이스가 갑자기 손과 다리에 감각이 없어졌고, 병원에서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길랭·바레증후군은 인체의 면역 체계가 신경을 공격하는 희귀 질환이다. 솝차크는 추바이스가 입원한 뒤 화학 물질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추바이스의 집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등 정적들을 독살하려 했던 것처럼 추바이스도 암살 대상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과거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표적으로 삼아 독극물로 암살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상에 나선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독극물인 것 같진 않다"며 추바이스 전 대표가 현재 걸을 수 없지만 말할 수는 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추바이스는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 경제 민영화 계획을 설계하고 실행한 개혁가로 유명하다. 1990년대 중·후반 보리스 옐친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경제 부총리를 지냈다.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2020년까지는 첨단기술센터인 ‘나노기술공사’와 ‘로스나노’를 이끌었고, 2020년 12월부터 대통령 특별대표로 고위 고문직을 수행했다. 

하지만 추바이스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5년 살해된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넴초프 전 부총리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비판한 인물이다. 이후 추바이스는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고 러시아를 떠났다. 크렘린궁은 3월 25일 그를 기후특사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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