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교토(京都)는 간무 천황(桓武天皇)이 당의 장안성을 모방하여 황궁을 중심으로 23㎢ 면적에 주작대로를 중심으로 그 좌우에 바둑판 같은 1200개 구역으로 나눈 계획도시다. 794년 나라에서 천도한 이후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도쿄(江戶)로 수도를 옮길 때까지 약 1100년 동안 천황이 살았던 수도 교토는 긴키(近畿) 지방의 중심도시이자 우리의 경주처럼 고대 문화와 유적이 많은 고도(古都)다. 경주를 빼놓고 한국의 문화를 논할 수 없듯이 교토를 빼고 일본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의 중세는 가마쿠라 바쿠후(鎌倉時代:1185~1333), 무로마치 바쿠후(室町時代:1336~1573), 에도 바쿠후(江戶時代:1603~1867) 등 3대 바쿠후가 있었는데, 미나모토씨가 세웠던 가마쿠라 바쿠후는 지금의 요코하마 부근인 가마쿠라에 바쿠후를 설치했다. 아시카가 다카우지(足利尊氏)가 가마쿠라 바쿠후를 꺾고 무로마치 시대에는 교토에 바쿠후를 설치하여 교토는 천황과 바쿠후가 있는 정치의 중심지로서 이 시기에 불교 선종이 크게 유행했다. 그러나 쇼군 계승 문제로 벌어진 오닌의 난(應仁之亂:1467~1477)으로 100년 동안 벌어진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될 정도로 파괴되었다.

전국시대를 수습한 오다 노부나가가 천황이 있는 교토에 진입하면서 쇼군에게 니조성(二條城)을 지어주는 등 회복을 시작한 교토는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황은 교토에 두고 자신은 오사카를 바쿠후로 삼았다. 도요토미에 이어서 패권을 잡은 도쿠가와도 천황은 교토에 두고, 바쿠후는 지금의 도쿄인 에도에 설치했다. 그렇지만, 오사카에 웅거했던 도요토미의 지지층을 무시할 수 없어서 그의 명복을 빈다는 구실로 교토 지역의 모든 사찰에 대대적인 개보수공사를 벌였는데, 에도시대에는 불교 정토종이 크게 유행하여 교토를 극락정토로 여길 만큼 불전과 연꽃이 있는 연못을 많이 조성했다. 오늘날 교토는 4613㎢로 확대되고 260만 명이 사는 일본의 6대 도시로서 사찰이 3030곳, 신사는 1770곳이 넘는데, 그중 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만도 사찰 13곳, 신사 3곳, 성 1곳 등 모두 17곳이나 되는 등 도시 전체가 역사유적이다.

해마다 국내외에서 800만 명이 찾는 교토는 역사를 탐방하는 여행객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일본 전통 공예, 음식 등 다양한 일본 문화를 체험하려는 여행객이 많다. 교토 여행에서는 천황궁이던 교토고쇼(京都御所), 쇼군 도쿠가와의 저택 니조성 이외에 전각을 금으로 입힌 킨카쿠지(金閣寺),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기요미즈데라(淸水寺)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교토는 오랫동안 천황이 살던 도시여서 교통망이 전국으로 연결되었는데, 지금도 일본의 동서를 연결하는 도카이도(東海道)의 기점이다. 철도도 신칸센이나 도카이도 본선(東海道本線) 등 간선철도가 통과하고 있고, 나고야와 고베를 잇는 메이신 고속도로(神高速道路) 등도 있다. 이런 편리함에 힘입어 교토 여행은 약 47㎞ 떨어진 오사카나 남쪽으로 약 40㎞ 떨어진 나라에 숙소를 정하고 여행할 수도 있다.

또, 교토 시내는 구획이 잘되어 있고, 지하철과 시내버스도 정류장이나 유적지마다 일본어 이외에 영어와 한글 안내판이 함께 있어서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에도 불편함이 없다. 시내에는 곳곳에 유적지가 산재하여 지하철보다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더 편리한데, 시내버스는 버스 중앙 전면에 버스 번호와 목적지만 표시하고 있어서 승차하기 전에 미리 정류장에 게시된 안내판을 보고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골라야 한다. 시내버스는 요금이 똑같은 균일버스, 거리에 따라서 요금이 달라지는 다구간 버스, 시내를 순환하는 순환버스 등 크게 3종류가 있는데, 버스의 바탕색이 오렌지색이면 순환버스, 청색은 균일버스, 흰색은 다구간 버스다.
버스나 지하철은 1회권, 1일권, 지하철과 시내버스에 통용되는 주유 카드 등이 있는데, 1일권을 사면 온종일 몇 번이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내릴 수 있다. 버스에서 버스로 90분 이내에 환승할 때는 90엔이 할인되고, 버스에서 지하철 혹은 그 반대일 때 갈아타는 요금에서 60엔을 할인받게 된다는 점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버스 1회 요금이 230엔인 점을 생각하면, 여행객이 3~4인일 때는 버스나 지하철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더 절약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서비스가 좋다고 알려진 MK 택시는 다른 택시보다 기본요금도 저렴하다.
또, 교토주유패스는 지하철과 시내버스 통용은 물론 일부 사찰이나 신사를 무료입장할 수 있고, 간사이 스루패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교토는 황궁인 교토 고쇼를 중심으로 남향으로 정좌한 천황의 왼쪽을 히다리쿄(左京), 오른쪽을 미기쿄(右京)라고 했는데, 이것은 조선시대 임금이 있는 한양에서 남쪽을 향해 오른쪽을 우도, 왼쪽을 좌도라 하여 충청 좌우도, 경상 좌우 도로 나눈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금도 교토 고쇼의 오른쪽을 좌경구(左京區), 왼쪽을 우경구(右京區)라고 하여 이런 점만 염두에 둔다면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