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서산시 인지면 토성산 맹꽁이 작은 도서관. 사진=윤석균

#.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마강래 지음)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책을 읽었다. 저자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소신으로 구체적인 실천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1955∼1974년(대체로 1964년생까지를 지칭하는데 범위를 더 넓혔다)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약 절반인 850만 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약 60%가 자기 집을 갖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 정착한 베이비부머들이 과연 수긍하고 지방행을 실천할 것인가 등 여러 논의와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해 보인다.

이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부족한 문화여가시설, 건강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지금의 지역 의료시설 그리고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적절한 일자리 제공이 중소도시, 농어촌에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물음 역시 뒤따른다. 어렵게 마련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문제,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녀들과의 만남, 특히 지방이 고향이 아닌 배우자들의 의향이 관건인데 그래서 여성 베이비부머의 마음부터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맺음말 부분에서 강조하고 있다.

책 리뷰를 보니 찬반양론이 각기 논리적으로 치열하게 개진되고 있다. 지방에 정착한 이후 적절한 일자리 확보와 함께 특히 문화향유 시설 확보와 의료기관 확충 같은 시급한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젊은이들을 지역에 유치하기 위한 예산집행 중심의 단기정책으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이즈음 나날이 ‘기울어져 가는 운동장’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과감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 8월 하순 ‘서울은 걸어서 지방은 차타고 도서관 갑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균형발전 모니터링&이슈’라는 자료에 제시된 시도별 도서관 접근성 비교는 문화향유 수준의 격차가 여전함을 보여준다. 도서관 접근성이 서울은 도보로 14분, 부산 32분 등으로 나타났다. 광주 33분, 대전 44분, 대구 48분, 인천 50분 그리고 수도권이 포함된 경기지역도 54분 등 1시간 이내에 도서관 접근이 가능한 시도는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8곳에 지나지 않았다.

문화공연 건수도 62%:38%로 수도권이 압도적이라는데 지방자치제도 부활 30년에 이르면서 각 지자체 단위로 이런저런 문화공간이 조성되고 있기는 하다. 대부분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외형상 번듯한 규모로 들어섰다. 그러나 공연예술을 위한 전문적인 장치나 시설과는 거리가 있어 강연회나 기념식 정도를 개최할만한 정도여서 전문적인 콘텐츠를 올리기에는 미흡하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시설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런 공간을 활용할 프로그램이 많지 않아 유휴시설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지역인구 추세를 감안할 때 이제는 지역별로 인접한 시·군·구가 협력하여 예산조달과 운영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몇 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 운영인력을 운용하여 국제수준의 공연예술, 문화행사를 향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 충남 서산시 인지면 토성산 맹꽁이 작은 도서관<사진>. 3대에 걸친 열정과 노력으로 조성된 환경친화적인 도서관이다. 바코드 없이 스스로 대출기록을 남기고 읽은 책을 제자리에 다시 꽂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분위기로 어린이·어른 모두를 위한 열린 도서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기능에서 감성재충전, 소통과 상상을 북돋우는 역할로 확대되는 작지만 내실 있는 이런 도서관, 감성과 지성을 동시에 견인하는 문화공간이 지역에 더 많이 조성, 운영되었으면 한다. 우선 문화분야부터 수도권 독점을 분산, 희석시킨다면 나날이 ’기울어지는 운동장’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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