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의 기적’ 티 캡슐화 가공 기술
“건강 한방차도 캡슐로 간편하게”
2인 사무실서 연구실까지 꾸준한 성장

▲ 메디프레소 제공

바쁜 현대사회 속 건강 증진에 효능이 있는 한방차를 커피 캡슐처럼 간단하게 마실 수는 없을까. ㈜메디프레소는 이러한 김하섭(38) 대표의 생각에서 탄생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단 30초 만에 음료 한 잔을 만들어내는 커피 머신이 일상화된 가운데 티 캡슐 머신을 통해 차분하게 생각하고, 쉼이 존재하는 힐링을 전하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나 향기로운 차의 향이 가득한 메디프레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반도체 전문가에서 ‘티소믈리에’로
익숙한 손길로 따스한 차 한 잔을 건네는 김 대표는 티쏘믈리에이기 이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를 졸업한 후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던 전문가였다. 분야가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그는 반도체 자동화 분야를 연구하면서 창업을 고심하게 됐다. 모든 제조업의 기반에는 공정기술이 기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이는 곧 식품·제조업인 메디프레소의 밑바탕이 됐다.

“SK하이닉스 공채 1기로 입사해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나만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가 늘 마음 한 켠에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건강에 좋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고압·고속으로 1시간 안에 맛과 향이 진하게 내려지는 최초의 초고압 순간 한약 추출 머신을 내놓았습니다. 제 최초의 아이템이었지요. 이후 2016~2017년 본격적으로 창업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예비창업자에게 코칭은 물론, 사무공간까지 제공해 주는 청년창업사관학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김 대표는 한국티소믈리에 연구원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됐다. 본격적으로 바리스타, 티소믈리에 전문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건강한 차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그의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지만 자본, 인력 그 어떤 기반이 없었던 그에게도 힘든 시간은 있었다.

“처음에는 기반이 없었습니다. 25층짜리 초고층 건물에서 창업을 시작했는데 사무실 베란다에서 한방차를 연구하다가 연잎을 태워 건물 관리인에게 혼이 났던 기억도 있네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처음에는 정말 열악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사무실만 10번을 옮겼으니까요. 2인실부터 20인실까지, 또 지금의 사무실로 옮기면서 생산·연구시설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였던 창업 시설에 이제는 32명의 직원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최초 투자를 받으면서 조금씩 발전했습니다.”

 

◆ ‘의학’과 ‘명상·힐링’의 만남
그렇게 메디컬(medical)과 메디테이션(meditation)이 만났고 간편함이 더해졌다. 바쁜 현대인의 몸·마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차를 제공하자는 일념으로 연구에 몰두해왔던 김 대표는 메디프레소를 전세계 브랜드로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 메디프레소는 여러 특허권을 보유해 29개국에 상표권을 부여하는 등 괄목할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수천 년 동안 건강을 생각해 차를 마셔왔습니다. 한약과 한방차의 차이는 농도입니다. 농도가 연하면 한방차입니다. 즉 한방차는 우리가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대중적·상시적인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같은 한방차의 기능에 주목했습니다. 메디프레소에는 캡슐화 가공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홈카페가 고도화됨에 따라 커피와 음료는 프리미엄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몸에 좋은 차를 기존의 티백이나 중탕가열기로 오랜 시간 우려 마신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중국이나 유럽에서는 빠르고 간편하게 차를 추출하는 캡슐 머신이 보편화돼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거쳐 메디프레소를 이룩한 만큼 김 대표의 경영철학에는 사람이 늘 최우선이다. 사회 기부, 봉사활동 등에도 종종 참여한다는 그는 예비창업자에게 창업이라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그 속에서 사회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30명 규모의 조직을 일궜지만 지금과 같은 조직 체계를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회사가 혼자 성장한 게 아닌 만큼 기업은 대표 개인이 이익을 창출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회사는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야 합니다.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가치를 창출할 준비가 돼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합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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