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가격제 도입으로 미뤄졌던 원유가격 협상, 20일부터 시작
2013년 이후 최대폭 예상, 빵·아이스크림 줄줄이 오를 가능성 커

원유(原乳) 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밀크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는 지난 16일 용도별(음용유·가공유)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사룟값 인상으로 생산비가 상승했음에도 원유 단가가 낮아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진다며 강하게 반발하던 낙농업계를 정부가 끈질긴 설득 끝에 제도 개편에 이른 것이다.
차등가격제를 둘러싼 정부와 낙농업계의 갈등으로 미뤄졌던 올해 원유가격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농식품부는 20일 낙농가와 유업계, 낙농진흥회 등과 첫 회의를 열고 협상에 돌입한다. 다만 차등가격제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올해 원유가격은 ‘원유가격 연동제’를 토대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원유가격은 최근 1년간 생산비 증감분의 ±10% 범위에서 정해지는데 생산비가 ℓ당 52원 상승한 만큼 원유가격은 47~58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원유 가격 인상으로 인해 유제품과 원유 가공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올해 원유가격 상승 예상치는 생산비 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지난해 원유가격 상승분은 21원으로 당시 흰우유 1ℓ 제품 가격은 200원가량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ℓ당 최대 500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0원대 1ℓ 흰우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욱이 원유가격 상승은 빵과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끌어올린다. 지난해 10월 원유 가격 인상 이후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빙그레 등 주요 기업들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스타벅스도 3개월 만인 올 1월 주요 커피 가격을 올렸다. 즉 올해 원유가격이 결정된다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명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우유가격 인상은 유업계는 물론 베이커리, 카페 등에 영향을 미친다. 밀크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뜻”이라며 “원유가격 인상 외에도 원가 압박이 큰 만큼 식음료업계의 고물가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