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선진료 후검사 지침 내놨지만
“코로나 차단이 우선” 지침 안 지켜
감염병 증가세 속 환자이송 대기 늘어

소방 구급대원들 사이에서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 인계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할 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병원이 ‘선(先)검사 후(後)진료’를 고수하면서 소방 구급대의 환자 인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는데 환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소방력까지 낭비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심한 경우 긴급환자를 구조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7차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다 합리적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17일 코로나19 의심환자에 대한 ‘선(先)진료 후(後)검사’를 골자로 한 응급실 감염병 대응지침을 내놨다. 이 같은 지침이 내려질 당시만 해도 응급실로 들어가지 못한 채 격리실이나 주변에서 코로나19 검사후 2~3시간가량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대기하던 환자는 보다 신속히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진료를 받는 환자로 응급실과 격리실이 만원이라 이들을 인계하지 못한 채 대기를 해야만 했던 구급차들의 긴 대기행렬 풍경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사뭇다르다. 선진료 후검사 지침이 내려졌지만 변화를 좀처럼 체감하지 못한채 여전히 격리실 인근에서 구급차와 함께 대기를 해야만 한다는 게 현장 소방 구급대원들의 목소리다. 일부 병원에서 여전히 선검사 후진료를 고수하는 탓에 응급실은 물론 격리실도 만원인 경우가 있어서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인계수속을 늦추는 경우도 있다고 소방 구급대원들은 하소연 한다. 대전의 한 A 구급대원은 “일부 병원은 선검사 후진료 등 매우 보수적인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되레 이를 악용해 인계를 늦추는 갑질 아닌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병원이 있는 서구 둔산동 인근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긴급환자가 발생해 유성구 관평동으로 출동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의 코로나19 인계 수속 지연에 대해 대전시는 별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각 병원마다 응급실 감병병 대응지침을 전달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선 검사 후 진료’를 고수하고 있는 한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급격히 늘면서 환자 인계 절차에 따른 피로도가 더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9일 자정 기준 전국 코로나19 확진자는 45일 만에 최다인 6만 2472명을 기록했다. 충청권의 경우 세종(465명)을 제외하고 대전 1950명, 충남 2553명, 충북 2291명 등 2000여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데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병원이 까다로운 절차를 내세운다면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처럼 병원 바깥에서 환자를 태운 채 구급차에서 무한정 대기하는 등 업무마비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거다.
최영재 민주노총 대전세종충남소방지부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도 보다 과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확산세를 방지한다고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면 환자는 환자대로 소방대원은 소방대원 대로 피로감 쌓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신성재 기자 ssjreturn1@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