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코로나 대유행은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안겨 주었다. 생활이 바뀌면서 문화가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꼬박 3년이란 긴 세월을 코로나와 함께 보내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처음 변화가 시작되면 불편하고 어색해서 견디기 어렵지만, 이내 익숙해지고 적응하면 오히려 새로운 것이 편하다고 느낀다. 코로나 속에 살아온 지난 3년은 아주 오랜 세월 굳어진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켰다. 부지불식 간에 우리의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반드시 얼굴을 맞대고 한자리에 모여야 가능하다고 여겼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때 교사와 학생 모두 어색하고 불편했다. 수개월이 지나고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온라인 수업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 길 위에서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치장하지 않고 편한 옷차림으로 참여하니 이 또한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교사나 학생 상당수는 온라인 수업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건이 되면 온라인으로 대처하는 수업이 여전히 많다.

지인이 애경사를 맞으면 당연히 찾아가야 했던 게 오랜 문화다. 코로나 이후 직접 빈소를 찾아가 조문을 하거나 결혼식장을 찾지 않아도 상주나 혼주가 서운해하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했다. 먼 걸음을 해야 했던 문상객이나 축하객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되니 당연히 편해졌다. 청첩장이나 부고장에 통장 계좌번호를 적어 보낼 때 처음엔 보내는 이도, 받는 이도 어색하고 민망했다.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는 안 적어 보내면 짜증을 낸다.

모임도 변했다. 이전 같으면 어렵게 만났으니 왁자지껄 떠들고 마시고 2차·3차로 이어지는 자리를 가졌지만, 이제는 대부분 오랜 시간 모임이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코로나 팬더믹의 세월을 보내며 짧은 시간 모이고 2차와 3차 없이 일찍 헤어지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정리하고 초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일찍 귀가한다고 붙잡지도 않고 먼저 나서는 이를 탓하지도 않는다.

송년회의 시즌인 12월을 맞아 여러 모임을 다녀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자리를 옮겨 늦도록 질펀한 술자리를 이어간 모임은 없었다. 대부분 모임은 2시간 이내에 마무리 됐다. 대중교통이 정상 운행하는 시간이니 굳이 택시를 탈 일도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 아쉬움이 컸던 모임은 몇몇이 남아 찻집으로 자리를 옮겨 담소를 나누기도 했지만, 이 역시 일찍 끝났다. 더 늦게까지 어울리자고 보채는 이는 없었다.

적당히 먹고 마신 후 일찍 귀가하는 것이 보편화 되었다. 한번 바뀐 문화가 뒷걸음질을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니 앞으로 늦도록 진탕 마시고 자정을 넘겨 귀가하던 과거의 행태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유흥업소는 물론이고 골목마다 즐비하던 노래방과 선술집도 대폭 줄어들게 분명하다. 내년도 송년회는 올해보다 더욱 간소하고 차분해질 것이다. 의식이 바뀌었으니 행동이 바뀌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3년 만에 일상으로 찾아온 2022년의 송년회는 세상이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하게 했다. 주위를 살펴보니 이런 변화를 못 받아들여 서운해하거나 아쉬워하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순응하며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러니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올해 경험한 차분한 송년회의 모습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후년에는 더 차분하고 검박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화는 뒷걸음질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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