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사진=연합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 사진=연합

대기업집단 총수(동일인)가 법률상 인지한 혼인외 출생자가 있는 경우, 그 생부·생모도 친족으로 보는 규정이 새로 도입됐다.

또 총수의 친족 범위가 혈족 6촌·인척 4촌에서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좁아지면서 총수가 각종 자료를 제출·공시해야 하는 친족 대상도 약 1만 명에서 5천 명 수준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기업집단 범위를 정할 때 동일인과 그 관련자를 고려한다. 총수와 친족이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했거나 동일인이 친족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회사를 같은 기업집단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간 재계에서는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되는 친족 범위를 혈족 6촌·인척 4촌으로 규정한 제도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공정위는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고, 혈족 5·6촌과 인척 4촌은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의 주식을 1% 이상 소유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친족에 포함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올해 5월 기준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66곳의 친족 수는 1만26명인데, 새 규정을 적용하면 5059명으로 49.5% 감소한다.

단 공정위는 '동일인이 민법에 따라 인지한 혼인외 출생자의 생부·생모'도 친족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들이 계열사 주요 주주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규제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취지다.

민법상 인지는 생부나 생모가 혼인외 출생자를 자기의 자녀로 인정하는 절차다. 스스로 신고할 수도 있고 법원 판결로 이뤄지기도 한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때는 '민법에 따른 친생자의 생부 또는 생모로서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를 친족으로 본다고 규정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실혼 배우자' 개념은 빼기로 했다.

사실혼 관계 여부에 대한 다툼이 있을 수 있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5월 대기업집단 지정 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 김희영씨와 SM그룹 우오현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로 알려진 김혜란씨 등이 각각 최 회장과 우 회장의 친족으로 인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씨는 이미 티앤씨 재단의 대표로서 SK의 동일인 관련자에 포함돼 있다.

이 외에도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는 원칙적으로 계열사에서 제외하고, 임원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때만 계열사로 편입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도 자동으로 기업집단에 편입한 뒤 사후적으로 독립경영 신청을 하도록 했는데, 기업의 부담을 줄인 것이다.

또 임원독립경영 신청을 통해 계열회사에서 제외되려면 기업집단 측 및 임원 측 상호간 매출·매입 의존도가 50% 미만이어야 하는데, 그 거래금액의 기준을 임원독립경영 신청일의 '직전 1년간'에서 '직전 사업연도'로 바꿨다.

대기업이 투자한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집단 편입을 7~10년간 유예받을 수 있는 요건인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5% 이상에서 3% 이상으로 완화했다. 또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요건을 충족한 후에도 유예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그 회사가 지배하는 회사도 계열사 편입이 유예될 수 있도록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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