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유럽은 어느 나라를 가든 그리스의 아고라(agora) 영향으로 광장 문화가 발달했다. 그런데, 베네치아 광장(Piazza of Venezia)은 오랫동안 지중해를 통하여 해상무역이 발달한 ‘물의 도시’ 베네치아 공화국이 로마에 대표부 건물인 베네치아 궁(Palazzo di Venezia)을 세워서 붙여진 지명이다. 1455년 베네치아 산마르코 성당의 피에트로 바르보(Veneto Pietro Barbo) 추기경이 바티칸 베드로 성당의 주임사제로 부임하면서 로마 시내에 르네상스식으로 저택을 지었는데, 바르보 추기경이 1464년 교황 바오로 2세(Pope Paul Ⅱ)가 되자 저택을 더욱 확장하여 ‘베네치아 궁’이라고 불렀다.

베네치아 궁은 1564년 밀라노 출신인 교황 피우스 4세(1559~1565)가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의 교황청 대사관으로 빌려주면서부터 궁전 앞길을 베네치아 거리라고 불렀다. 베네치아 궁전은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1883~1945)가 20년간 살았던 공관이기도 했다.

대장장이의 장남으로 태어난 무솔리니는 자신의 비천함을 내세우고 '인민의 아들'을 자처하면서 뛰어난 대중연설로 군중을 휘어잡아 최연소 이탈리아 총리에 올랐는데, 그는 1936년 이곳 3층 베란다에서 2차 대전 개전을 선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베네치아 궁은 현재 이탈리아의 국립베네치아박물관으로서 수많은 예술품과 중국·일본에서 가져온 각종 진귀한 도자기들을 전시하고 있다. 베네치아 궁 길 건너에는 건물의 색깔만 달리할 뿐, 베네치아 건물과 똑같이 지은 건물이 현재 아랍 은행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로마에서는 도심에 유적이 많고, 주차 공간도 부족해서 대중교통보다는 걸어서 다니는 것이 낫다. 다만, 바티칸 교황청을 가거나 하루에 여러 곳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은 버스와 노면전차·메트로가 있는데, 승차권은 버스·메트로, 노면전차에 공통으로 사용된다. 1회권(B.I.T)은 1.5유로서 첫 승차 후 100분 이내에 유효하고, 1일권(B.I.G)은 6유로로서 24시간 유효하다. 만일 로마에서 2일 이상 머무른다면 로마 패스를 사는 것이 좋다. 로마 패스는 관광 안내소와 패스 이용이 가능한 박물관·미술관 등의 매표소나 담배 가게에서 살 수 있는데, 3일권(B.T.I) 16.50유로, 7일권(C.I.S) 24유로 등이 있다. 로마 패스는 시내 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문하는 유적지나 박물관의 두 곳의 입장이 무료이고, 세 번째부터는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바티칸박물관 제외) 콜로세움 경기장,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은 지척이기도 하지만, 한 곳으로 간주된다.(자세히는 2022.12.14. 포로 로마노 참조)

‘베네치아 광장’에서 베네치아 궁의 남쪽 캄피돌리오 언덕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비탈길에 이탈리아 초대 황제 에마뉘엘 2세 기념관이 있다. 이탈리아는 1860년 초까지 도시국가로 공존하다가 시실리아 출신 청년 장군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1807~ 1882)가 남부를, 에마뉘엘 2세가 북부를 각각 통일한 후 1861년 마침내 두 영웅이 협상 끝에 비토리오 에마뉘엘 2세(Vittorio Emanuele II: 1820~1878)가 통일왕국의 첫 황제가 되었다.

에마뉘엘 2세 기념관은 그의 사후인 1885년에 착공하여 25년 만인 에마뉘엘 3세 때인 1911년 통일 50주년에 맞춰서 준공되었다. 캄피돌리오 언덕을 올라가는 가파른 비탈 지대에 기념관을 세웠기 때문에 기념관은 높은 성벽처럼 보이는데, 기념관 전면에는 높이 12m인 에마뉘엘 2세의 청동 기마상이 우뚝 서 있다. 그 오른쪽에는 ‘애국심의 승리(Triumph of Patriotism)’, 왼쪽에 ‘노동의 승리(Triumph of Work),’를 나타내는 청동상이 있고, 계단 아래 양 끝에 있는 분수대는 각각 오른쪽이 ‘티레니아해’, 왼쪽이 ‘아드리아해’를 상징하는 분수대가 있다. 기념관 옥상에는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 여신(Goddess of Victoria)이 네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에 탄 기마상이 있다.
에마뉘엘 2세 청동 기마상 아래의 받침돌 벽면에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조각가 안젤로 자넬리(Angelo Zanelli)가 음각한 로마의 여신(Goddess Roma)이 있는데, 마치 조각 예술 전시장 같은 모습인데, 기념관 준공 당시 로마인들은 다른 역사적 유적들과 달리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은 하얀색 대리석의 기념관이 캄피돌리오 광장의 경관을 해친다며 비난했다. 또, 기념관의 외관이 타자기 자판과 비슷하다느니, 웨딩 케이크 같다는 등의 비난을 했지만, 오늘날 베네치아 광장의 랜드마크는 베네치아 궁이 아니라 웅장한 ‘에마뉘엘 2세 기념관’이다.
기마상 아래에는 일 년 내내 꺼지지 않는 성화가 있는데, 성화는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전사한 무명용사를 위한 것으로서 기념관 지하에는 2차 대전 중에 전사한 무명용사의 무덤이 있어서 병사 2명이 24시간 지키고 있다. 베네치아 광장에서는 매년 6월 2일 통일 기념행사를 거행하지만, 베네치아 광장은 여의도광장이나 서울광장처럼 넓은 공간이 아니라 잔디로 이루어져 있고, 가운데로 길이 나 있어 지나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에마뉘엘 2세 기념관 입장료는 4유로이고, 기념관 내부에는 이탈리아 통일역사 연구소, 통일 박물관, 도서관 등이 있다. 기념관의 전망대에 올라가면 로마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참고로 로마 여행은 출발하기 전에 미리 ‘로마 여행의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을 DVD나 케이블 방송에서라도 반드시 감상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2차 대전으로 철저하게 파괴된 로마 시대의 문화유적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1953년 그레고리 펙과 신인 여배우 오드리 헵번이 주연하고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 감독이 제작한 영화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은 가상의 왕국 공주와 로마 주재 미국 신문기자 사이의 우연한 인연으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형식으로 로마의 유적과 유물을 자세히 소개했다. 오드리 헵번은 이 영화 한 편으로 1953년 뉴욕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195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면서 일약 일류 배우가 되었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