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K리그1 승격 성공
팬들 “1부에서 꼴등이 낫죠”
이민성 감독 “AFC 진출 목표”

지난 시즌은 대전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에겐 뜻깊은 한 해였다. 2022 시즌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김천 상무를 총합 6대 1로 꺾고 ‘인생을 걸었던’ 두 번째 도전인 승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전은 기업 구단으로 전환한 지 3년, 시민구단이던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에 2023K리그1 12개 구단에 진입했다. 자줏빛 전사들이 국내 프로축구 최고 무대로 돌아온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전의 주장 조유민의 2022FIFA카타르월드컵 승선에 올 시즌 대전의 축구도시로서 부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대전 팬들은 지난 시즌 이민성 감독의 팀을 향한 열정에 올 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구단은 팬들의 성원에 부응하고자 이 감독과 재계약을 하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선수층을 강화할 예정이다.
 

◆2022시즌, 승격만 바라보고 달려온 그들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 시즌 5라운드 만에 첫 승을 따내며 힘겨운 모습을 보였던 시즌 초반과는 달리 홈 23경기 연속 무패라는 대기록과 시즌 중반 K리그2 경남FC의 미드필더 윌리안을 영입해 레안드로, 카이저로 이뤄지는 브라질 트리오를 앞세워 정규리그 2위로 승강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이민성 감독 부임 후 2년 만의 1부리그 승격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2021K리그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강원FC를 만나 1차전 홈경기에서 승리하고 2차전 원정경기에서 아쉽게 패배하며 승격에 실패한 쓰라린 아픔을 겪은 대전은 좌절하지 않고 이창근, 김영욱, 주세종, 조유민 등을 대거 영입하며 투자에 아끼지 않고 강력한 스쿼드를 꾸렸다.

특히 2018FIFA러시아월드컵 독일전에서 도움을 기록했던 주세종을 임대 영입하면서 중원을 강화했다. 그렇게 맞이한 김천과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대전 선수단은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일념으로 1차전 홈에서 김천에게 선취골을 허용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승격에 성공하는 대전이었지만 지난 시즌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고자 미드필더 이진현의 멀티골과 공격수 김인균, 공격수 김승섭의 추가골로 4대 0으로 김천을 완파했다. 마침내 승격이 확정되자 원정석을 가득 채웠던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쁨을 누렸다.

이 감독은 당시 “지난해 팬들이 너무 슬퍼하는 모습을 봐서 계속 마음에 와닿았다. 그것에 조금이나마 선물을 해드린 것 같다”라며 1997년 ‘도쿄대첩’과 승격 중 무엇이 더 좋냐는 질문엔 “당시 후지산을 무너뜨린 것보다 기분이 좋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또 “2023년 K리그1에서 하위권이 아닌 글로벌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노리고 있다”라며 내년 시즌에 대한 각오도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8년 만에 승격을 이룬 대전 팬들은 올 시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대전시민 A(27) 씨는 “승격 당시 현장에서 경기를 봤는데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K리그1에 올라가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1부리그 하위를 기록한다고 해도 좋다. 그저 즐기고 싶다. 중요한 것은 꼴찌를 하더라도 대전을 향한 팬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22FIFA카타르월드컵에서 활약한 ‘대전의 아들’ 황인범도 대전의 1부리그 승격을 축하하며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황인범은 2015년 대전시티즌에 데뷔해 2018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대전에 다시 축구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최근 방송을 통해 “대전은 1부리그에서도 선전할 것이다. 미래에 대전으로 돌아와 은퇴하고 싶다”라고 뜻을 밝혔다.

대전의 전술이 1부리그에서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스쿼드를 유지하면서 트레이드, 영입으로 선수층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대전은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면서 막대한 자금력으로 큰손이 예상됐지만 아직은 침묵하고 있는 상태다. 수비수 김재우의 입대로 센터백 공백을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수비수 오재석으로 대체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 시즌 중원을 책임졌던 주세종은 임대가 만료됐지만 완전 이적설이 돌고 있기에 올 시즌에도 대전의 허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대전의 주장 수비수 조유민이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국가대표로 차출되면서 많은 경험을 쌓고 온 것이 올 시즌 대전의 경기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승격에 하나금융그룹의 통 큰 투자도 한몫했다. 하나금융그룹은 1998년 이후 30년 넘게 대한축구협회와 K리그의 공식 후원사로 대한민국 축구 발전에 기여한 기업이다. 2019년 원조 시민구단이던 대전시티즌을 인수하면서 대전하나시티즌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구단주를 맡으며 기업의 축구사랑을 보여줬다.

과거 대전하나시티즌은 시민구단 시절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 중 자체 수입은 20억~30억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면서 올해 약 28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한 가운데 선수단 인건비만 87억 원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에 시민구단 시절 두 배가량 되는 예산을 투입하며 ‘숨은 조력자’가 된 것이다.

인생을 걸었던 두 번째 도전을 이룬 대전하나시티즌. 약 한 달간의 휴식기를 가졌던 선수단은 3일부터 태국 파타야로 동계 전지훈련을 떠난다. 대전은 8년 만에 국내 축구에서 제일 높은 무대인 K리그1 승격에 성공하며 팬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도전이다. 2023 시즌 1부리그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또 다른 선물을 팬들에게 안겨주길 기대한다.

이우성 기자 admi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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