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 지구촌 이해 확장 필요하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 중국 그리고 일본을 함께 묶어 비슷한 나라 그룹으로 생각하면 우리는 즉각 반발하며 불쾌하게 여긴다. 지리적으로 다소 인접해 있다고는 하지만 역사, 문화와 언어와 민족성이 다를 뿐만 아니라 침략과 피침의 굴곡을 통하여 민족감정이 첨예하다는 점을 간과한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한참 동안 설명을 통하여 세 나라의 다른 점을 역설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와 인접 국가를 유사하게 생각하는 처사에 반발하지만 우리도 외국 여러 나라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그리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세 나라를 흔히 인도차이나라는 명칭으로 부르지만 이들은 인도차이나라는 호칭 자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각기 고유한 문화와 전통, 삶의 역사에 대한 자긍심 또한 높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가까이 있어 땅 넓이를 제외하고는 별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하지만 두 나라의 거리는 2000㎞가 넘을 뿐만 아니라 공통점보다는 다른 점이 많음에도 다만 지도상 근접해있다는 점만을 눈 여겨 보는 듯싶다. 이런 사례는 유럽 지도를 펼쳐보면 숱하게 드러난다. 오랜 세월 밀고 당기는 파란만장 굴곡 많은 역사의 흔적은 톱니바퀴 같은 형상의 국경선을 통하여 고스란히 드러난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대체로 서유럽 몇몇 나라에 한정되어 있던 유럽 지역에 대한 관심이 21세기 들어 북유럽, 동유럽, 발칸 국가까지 넓혀졌다. 근래에는 코카서스 3국, 발트3국이 포함되어 이제 유럽 대부분을 망라하는 셈이다. 인터넷 정보 확산으로 젊은 세대들은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 중동, 태평양지역 곳곳으로 자유여행을 떠나지만 단체 관광의 폭은 아직 협소하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발트3국도 인접한 세 나라지만 각기 고유한 문화와 언어를 통하여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시대를 이끌고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세 나라 중 가장 북쪽, 핀란드와 마주한 에스토니아. 굴곡 많은 외침의 역사 속에서 독립을 이루었으나 20세기 들어서만도 소련, 독일 다시 소련의 지배에 놓여 있다가 1991년 발트 3국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 국가로 인구는 130만 여명, 국토는 한반도의 1/5 정도. 우랄어계(系) 에스토니아어는 어원의 60∼70%가 같은 핀란드어와는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비슷하다.
농경문화, 전승문화가 발달하여 10세기 이후 농민문화가 엘리트 문화와 접목하여 후에 독립을 이루는 기반이 되었다. 전승문화의 큰 줄기로 노래, 민요가 발달했는데 수록된 민요만 10만 여곡,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민요를 가진 나라로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으로 손꼽힌다.
에스토니아는 서울에 대사관을 두고 우리나라와의 활발한 교류에 힘쓰고 있다. 오랜 외세침략에 의연히 맞서면서 민족 자긍심과 고유한 문화전통을 지켜온 작지만 단단한 나라, AI공무원을 도입한 첨단 IT 강국, 독특한 삶의 멋과 지혜를 일구어 온 에스토니아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넓어지기를 기대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한국-에스토니아친선협회 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