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현 정부 들어 부쩍 ‘자유’를 강조한다. 특히 대통령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늘 자유를 수호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민주주의를 말할 때도 늘 앞에 ‘자유’를 붙여 ‘자유민주주의’라고 말한다. 굳이 민주주의를 말하며 꼬박 자유라는 말을 붙여 강조하는 이유가 무얼까. 처음에는 무심코 듣다가 워낙 자주 ‘자유’를 운운하니 그 의미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처음에는 ‘신체적 자유’, 또는 ‘정치적 자유’를 떠올렸다. 그렇게 해석하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없었다. 적어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신체적, 정치적 자유를 강조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하며 한참을 궁리한 끝에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이 강조하는 ‘자유’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자유는 ‘경제적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다. 시장에 관한 정부의 관여를 최소화하여 이 나라를 약육강식의 원리가 작동하는 원시 사바나 초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자유방임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공고히 하여 가진 자가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하여 더 가질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복지에 대한 부정이기도 하다. 국가가 복지를 앞세워 가진 자가 벌어들인 돈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세상을 경쟁과 승패의 구도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는 가진 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축적할 수 있게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스템 보장이다. 한마디로 강자와 가진 자의 편에 서겠다는 뜻이다.

복지를 통한 부의 재분배는 도덕적 해이를 낳고, 근로 의욕을 저하시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효율성 증대와 성장을 위해 부의 축적을 무제한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개인 간의 치열한 경쟁에 대해 국가는 뒷짐을 지겠다는 것이다. 공정이란 명분 아래 세상을 승패와 서열로 정돈하겠다는 의미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이들은 이 같은 무한경쟁 사회를 ‘야수 자본주의’라고 맹비난한다. 시장을 그대로 방치하면 빈부 격차가 극심해져 소수가 부를 독점할 뿐 아니라 실업 발생, 인권 침해, 환경 파괴 등의 각종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 진영에서 외치는 ‘자유’에 극도의 경계심을 보인다. 함께 사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인류사회가 자본주의를 처음 도입한 후 부의 편중과 노동 착취라는 문제점이 생겨났고, 나아가 과잉 생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인해 세계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제야 인류는 복지를 통해 부의 재분배를 실현하는 수정자본주의 노선을 선택했지만, 이후 70년대 말 석유 파동이 발생하며 세계 경제가 다시 몰락의 길로 접어들자,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는 복지를 축소하고 무한경쟁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 노선으로 선회했다.

신자유주의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원리를 지향한다. 인정사정없다. 경쟁에서 승리하라고 주문한다. 그래서 돈 없고, 힘없는 자들은 고달프다. 복지를 통해 혜택받는 자를 부끄러운 대상으로 지목한다.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세상을 서열화하고 승자독식이 진리라고 믿게 한다. 끊임없이 파괴하고 생산하여 소비에 중독되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이 강조하는 ‘자유’란 말이 참으로 무섭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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