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바티칸은 성 베드로 성당, 성 시스티나 성당, 바티칸 궁 등 크고 작은 13개 건물을 포함하는데, 성 베드로 성당의 오른쪽에 성 시스티나 성당과 연결되어 있어서 사실상 한 건물과 마찬가지다. 바티칸은 6개의 출입구 중 베드로 광장, 베드로 대성당 정면의 종탑 아치, 북쪽 성벽에 있는 바티칸박물관 입구 등 3개만 일반에게 개방하고 있고, 박물관에 입장할 관람객은 북쪽의 작은 문으로 입장해야 한다. 베드로 성당과 성 시스티나 성당은 입장이 무료이지만, 바티칸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1인당 17유로(약 2만 3000원), 대학생은 8유로이다. 입장료 수입은 바티칸 교황청의 주 수입원인데,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은 무료입장할 수 있다.
박물관 정문 위에는 두 명의 조각상이 나란히 있는데, 성베드로성당을 화려하게 변모시킨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이다. 근래에 조각한 조각상은 망치를 들고 있는 왼쪽 인물이 미켈란젤로이고, 붓을 들고 있는 오른쪽 인물이 라파엘로다.

항상 강조하는 얘기이지만, 외국 여행에서 유적지나 시설을 입장할 때마다 입장권 사려고 긴 줄을 서느라고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못한 현지어로 곤란을 겪기 마련이어서 미리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외국 여행을 하면서 바티칸박물관 입장만큼 매표와 매표 후 입장하는 데 애를 먹은 적은 없다. 인터넷으로 예매할 때는 예매 기간에 따라서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것이 보통이지만, 바티칸에서는 예매하는데도 오히려 입장료 이외에 접수비로 4유로를 추가로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장할 수 있지만, 하루 입장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오전 8시 이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몇백 미터씩 늘어서는 것이 일상이다.

또, 박물관에 입장할 때는 공항 검색대보다 더 심한 몸수색을 거쳐야 한다. 금속 탐지기는 기본이고, 손에 들고 있는 작은 가방이나 소지품까지 검색한다. 박물관 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선 세계 각국에서 온 수많은 여행객은 생김새며 복장, 기다리는 표정은 매우 다양해서 마치 인종 백화점을 보는 것 같다. 이들을 상대로 시커먼 피부의 집시들이 소매치기하거나 조악한 물건을 값비싸게 파는 등 피해를 주고 있다. 아랍 쪽의 일파인 집시족은 유목민족으로서 1860년대 이탈리아의 통일전쟁 때 용병으로 싸우다가 전쟁이 끝난 뒤에도 귀환하지 않고 잔류한 후예들이다. 대부분 불법 체류자인 이들을 교황청이나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단속을 포기하고, 법적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묵인해주는 실정이다. 일정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집시들은 이렇게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활하고 있는데, 우리도 3D 업종에 동남아인들 수입한 이후 불법 체류자가 급증하여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검색대를 통과하여 웅장한 나선형 계단을 빙글빙글 돌면서 2층으로 올라가면 박물관 건물의 안마당인 성 시스티나 성당이 있는 지상(地上)인데, 이곳에는 높이 4m의 솔방울 모양의 청동상이 있다. 이 공간을 ‘피냐 정원(Cortile della Pigna)’이라고 하지만, 솔방울 모양의 청동상으로 ‘솔방울 정원’이라고도 한다. 브라만테의 설계라고 한다. 솔방울은 공기를 정화하는 작용을 하여 이곳에서 죄를 정화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로마 시내의 팡테온 신전은 BC 27년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양자이자 사위인 아그리파 황제(Agrippa)가 로마의 모든 신들을 위하여 지은 신전이었는데, 베드로 성당을 지을 때 팡테온 신전의 조형물을 뜯어왔으면서도 솔방울의 양쪽에 있는 공작새는 교황청을 상징하고, 뒤편의 독수리는 권력을, 솔방울 위의 둥근 돔 모형은 팡테온 신전을 모방했다고 하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게다가 피냐 정원 이외에 네로황제의 욕조와 로마 제국 시대의 황제들 석상을 벽면에 빙 둘러 세운 ‘원형의 방’도 팡테온 신전처럼 채광을 위하여 뻥 뚫었다.(자세히는 2023. 1.11. 팡테온 신전 참조)
넓은 사각형 모양의 피냐 정원은 대부분 잔디밭인데, 중앙에 거대한 지구본 조형물 한 개가 있다, 이것은 1960년 로마 올림픽을 계기로 구리로 지구의 모습을 상징하는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는데, 지구의 오염과 멸망을 표현하고 있는 조형물의 이름이 '지구 안의 지구'로서 청동 솔방울과 더불어 피냐 정원의 상징이 됐다. 파냐 정원에는 관람객들이 관람할 박물관의 건물 배치도와 천지창조, 최후의 만찬, 아테네 학당 등 주요 전시물에 대한 패널을 10개소 만들어서 미리 해설해주는 오리엔테이션 역할을 해주는 장소이기도 한데, 바티칸박물관은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는 거대한 복합박물관으로서 바티칸궁의 1400개가 넘는 방과 20개 전시실을 1층과 2층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1층 왼편이 고대 박물관, 전면이 미술관, 오른편이 기독교 박물관인데,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조각품이 전시된 비오-클레멘스 박물관에는 2세기에 도금하여 만든 헤라클레스 청동상은 19세기에 발견지의 이름을 따서 '폼페이 극장의 헤라클레스'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리스의 헤라클레스상과 달리 수염도 없고 우아한 로마인으로 표현됐다. 또, 촛대의 방(Gallery of the Candelabra)의 아르테미스 상도 그리스신화에서 나오는 아폴론의 쌍둥이 남매 아르테미스가 아니라, 지금의 튀르키예인 아나톨리아의 지방인 에페소 유적에서 다산과 풍요의 여신으로서 토속여신이다. 비너스 펠릭스 상은 BC 4세기에 프락시텔레스가 만든 비너스상을 모방한 작품으로써 2세기경에 로마 제국의 황금기를 이룬 5현제의 한 사람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왕비 파우스티나이거나 혹은 그의 아들 코모두스 황제의 부인, 파우스티나의 며느리인 크리스피나로 추정하고 있는데, 비너스 펠릭스상은 라오콘 군상, 아폴론 조각상과 함께 아주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 전시실에는 그리스의 아홉 여신을 형상화한 뮤즈 여신들의 전시실이 있고, 그리스시대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소포클레스, 플라톤의 석상도 있다. 바티칸박물관에서는 서양문명의 원류라고 하는 그리스예술과 자주 비교하게 되는데, 그리스인들은 창조적이라 하고, 로마인들은 실용적이라고 하는 학자들의 분석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법무사, 수필가, 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