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트로트 오디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만나는 사람들 상당수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다. 하나같이 그 매력과 재미에 푹 빠져 있음을 실감한다. 그 인기 높은 프로그램을 제대로 시청하지 않았더니, 이야기에 끼어들 수가 없다.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 취급을 당한다.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만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폭발적 인기를 누린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꽤 오래전에도 신인가수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몇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폭발적 인기몰이했다. 하지만 최근 트로트를 주제로 진행된 오디션은 이전의 어떤 프로그램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인기가 높다. 그래서인지 유사 프로그램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인기가 높다.

왜 그 많은 사람이 저토록 열광할까? 궁금했다. 일단은 경연하고 순위를 매기는 자체를 즐기는 국민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사회 시스템을 수용한 이후 모든 일상을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해졌다. 경쟁하지 않고 순위를 매기지 않으면 싱겁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속성이 생겼다. 전에 없던 거액의 상금을 내건 것도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또 한 가지는 이번에 인기몰이한 프로그램이 종전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한 편집 방식에서 원인을 찾았다. 우리가 지금껏 시청한 가요 프로그램,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단히 정형화된 형태를 보였다. 근엄하고 신중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에 선보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발랄·경쾌하게 진행했다. 심사위원이 일어나 춤을 추고, 감탄사를 연발하며 관객, 시청자와 동일한 눈높이에서 축제를 즐겼다.

종전의 쇼 프로그램은 단순히 출연자가 정중한 모습으로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 관객과 시청자는 그들과 격리돼 제삼자의 눈으로 즐길 뿐이었다. 하지만, 돌풍을 일으킨 이번 프로그램은 심사위원부터 근엄함을 버리고, 함께 음악을 즐기며 동화된 모습으로 일관했다. 출연자들은 솔직하게 웃음과 눈물 속에 자신의 휴먼스토리를 밝히며, 인간적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섰다. 전에 없던 시도에 시청자는 재미를 느꼈고 한발 더 나아가 감동했다.

본 무대와 더불어 심사위원석에서 사적으로 오가는 대화를 담아낸 것도 획기적 시도였고, 시청자에게 재미와 호감을 안겼다. 방청석에서 출연자들의 경연을 감상하며 즐거워하는 관객의 표정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 심지어는 출연자 대기석을 촬영해 그들의 초조해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생생히 담아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전에 담지 않던 다양한 촬영 현장의 곳곳을 선보인 시도가 시청자의 요구에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일찍이 월드컵 생중계에서도 경험했다. 평소 국내 축구리그 경기 중계를 볼 때는 별다른 감동을 얻기에 뭔가 부족했다. 불과 서너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정해진 각도에서 화면을 송출하는 데 그쳤다. 가뜩이나 세계적 스타들과 비교해 기량도 부족할 텐데 카메라가 너무 소극적으로 경기장면을 담아냈다. 국민적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는 데 부족했다.

월드컵은 달랐다. 열광하는 관객도 한몫했지만, 총동원된 카메라의 역할이 컸다. 수십 대의 카메라가 상하좌우 전방에서 경기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선수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앵글에 잡혔고, 넋을 잃은 관람객의 표정도 송출했다. 드론은 전체 운동장에 들끓는 열광을 수시로 담아냈다. 주요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송출했다. 다양성과 숨겨진 장면의 세밀한 관찰은 재미를 배가시켰다. 다양성의 시대다. 탈권위주의 시대다. 정치도, 경영도 그런 요구에 부응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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