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거주 외국인 213여만 명, 인구대비 4.1%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는 30여 년간 1인당 국민소득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토면적 2586㎢에 이렇다 할 산업도 없이 이런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주로 금융업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구조에 힘입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통계에서 분모의 숫자가 적을수록 높은 수치가 나온다면 룩셈부르크 인구 65만 명은 국민소득 1위 기록 유지의 상수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국민소득이 7위 언저리에 머무는 것도 3억 3000여만 인구가 분모로 자리 잡은 까닭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앞서는 20여 개국 가운데 우리보다 인구가 많은 나라가 여섯에 불과한 통계도 이를 반증한다.
이즈음 점차 줄어들 우리나라 인구 예측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생아 숫자가 20만 명대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도 걱정스럽다. 아시아권에서 인구 15억을 바라보는 중국과 인도는 말할 것도 없고 2억이 훨씬 넘은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1억을 넘어선 방글라데시, 일본 그리고 필리핀, 곧 1억에 이를 베트남 등 여러 나라의 풍부한 인력은 부럽다. 특히 젊은 층 인구 분포가 두드러지는 나라들의 잠재력은 우리가 쌓아올린 위상의 잠재적 위협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통계청 2021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약 5200만 명 중 외국인은 조사방법과 시점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략 213만 명 남짓이라고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은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갔지만 이즈음 다시 유입이 가팔라지고 있고 이주 외국인들의 자녀 또한 증가하고 있어서 우리사회 다문화 추세는 확산되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국내거주 외국인들을 유형별로 보면 근로자 24%, 외국국적 동포 22.3%, 결혼이민자 10.65% 그리고 유학생이 9.55%인데 국적은 중국-베트남-태국-우즈베키스탄-미국-필리핀-캄보디아 순이어서 이들 7개국 국민들이 전체 외국인의 78%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 거주 대표지역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본다면 경기도 안산시인데 최근 통계에 의하면 전체주민 73만여 명 가운데 8만 9000명, 12.14%가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산시에는 5만 5000명에 이르는 중국인 (한국계 중국인 포함)으로부터 1명이 거주하는 25개국 국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107개국 주민이 등록되어 있어 글로벌 시대를 상징하는 도시로 손색이 없다.
국적별 거주지역도 대체로 일정지역으로 집약되는데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인, 우즈베키스탄인은 안산시, 미국인은 서울 용산구, 몽골인은 서울 중랑구, 베트남은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와 네팔인은 화성시에 많이 거주하면서 문화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지금은 주로 해당국가의 음식점과 관련 생활시설 등이 들어섰지만 진정한 다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보다 다양하고 심층적인 문화, 예술, 역사 이해 및 언어 소통과 상호교류를 위한 콘텐츠 개발과 공간조성이 필요해 보인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이 프랑스 다문화정책은 실패했다고 10여 년 전에 언명했는데 원조 다문화국가 프랑스의 경우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르코지 역시 헝가리 이민 후손으로 프랑스 대통령이 될 만큼 개방적이고 외국인, 외래문화 수용에 적극적인 프랑스 사회임을 감안할 때 이 발언의 함의는 많은 시사를 준다. 우리가 지금 이룬 번영과 힘을 지속, 확장시킬 수 있는 관건의 하나는 나날이 증가하고 다양해질 이주 외국인, 유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 열린 의식과 미래지향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의 추진, 성과와 직결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