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진·이철구 교수팀 환관 수명 연구 통해 밝혀

조선시대 환관들의 족보를 연구해 남성 호르몬이 수명을 단축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민경진(왼쪽) 교수와 이철구 교수. 한국연구재단 제공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짧은 원인이 바로 ‘남성호르몬’에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24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인하대 민경진(42) 교수와 고려대 이철구(46)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박한남 연구원은 조선시대 환관들의 족보인 양세계보를 분석, 환관들이 같은 시대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역사자료를 바라본 이번 연구는 향후 항노화제 개발이나 남성의 수명 연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 9월 25일자에 발표됐다.

여성에 비해 10%가량 짧은 남성의 평균 수명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가설이 유력하게 제시됐지만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됐을 뿐, 사람의 거세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생식기관이 불완전한 남자를 입양해 대를 잇고 양세계보를 통해 기록돼 왔음을 주목했다.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81명의 환관들의 수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수명은 70세로 확인됐다. 당시 51~56세를 살았던 양반들에 비해 14세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조사한 81명의 환관 중 3명은 100세(上壽)를 누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부 환관들의 수명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에서도 재확인됐다.

민경진 교수는 “지금까지 다른 문화에서도 환관은 존재했지만, 입양을 통해 대를 이은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해 가능했던 연구”라며 “향후 중년 이후 남성호르몬 차단을 통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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