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승 충남농업기술원 화훼연구소장
꽃은 우리 생활 속에서 기쁨과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는 특별한 존재다. 다양한 종류와 색상의 꽃들은 우리 시각을 사로잡고, 아름다운 향기는 후각을 만족시킨다. 3년여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생활이 강조되는 상황에서도 꽃은 우리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중요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회활동이 제한된 속에서 사람들은 꽃을 배달함으로써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으며 정서적 안정과 힐링을 찾으려는 방법으로 꽃과 관련한 문화도 새롭게 생겨났다.
우리나라 화훼 판매액은 2005년 1조 원까지 성장하였다가 외국산 화훼류 수입의 증가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화훼 수입액은 2021년 기준 1억 달러를 넘어서 국내 화훼농가의 지속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국내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수입 화훼류에 대한 국내 농가들의 가장 적극적인 대응책은 품질관리 강화와 브랜드화를 통한 온라인 유통 확대 등의 직접 판매를 들 수 있다. 직접 판매는 유통과정을 줄여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꽃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신유통 전략으로 유통 체계가 발달한 우리나라에 적합한 방법이다. 화훼 직판도 생산 농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판매처부터 대규모 시장이나 전문 매장까지 다양한 형태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농산물 직판마트, 전통시장 내 화훼 전문코너, 온라인 화훼 쇼핑몰 등이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화훼를 구매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많은 농가들이 온라인 직접 판매에 뛰어들고 있지만 마케팅 전략이 없거나 브랜딩을 통한 관심과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직접 판매와 온라인 마켓에서의 성공의 핵심은 차별화이다. 이는 자기다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화훼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화훼상품으로 브랜드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나만의 화훼상품을 콘텐츠화한 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마켓과 유통체계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하고 그 속에서 창의적인 콘셉트를 잡아나가 화훼의 브랜드 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온라인 마켓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치를 댓글이나 리뷰를 통해 표현한다. 이런 소통 채널은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상품의 개선과 발전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화훼 아이디어 상품은 현재까지 작은 유리 용기나 화분 안에 다양한 식물을 배치하여 만든 미니어처 실내 정원인 테라리움이나 꽃과 조각품, 인형, 그림 등을 이용한 화훼 아트워크, 소비자들이 직접 화훼를 조합하여 디자인할 수 있는 화훼 DIY 키트, 꽃을 가공하거나 꽃을 재료로 만든 캔들, 향수, 방향제 등이 선보이고 있다.
미래 경제학자 짐로저스는 지금까지 환영받지 못하던 농업이 생산자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차기 대박 상품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획일화된 공산품이 아닌 특별한 상품을 찾아 본인이 직접 체험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외국산 수입으로 무조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것은 경쟁력을 갖기 힘들고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다양한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진정성이 없다면 고객은 선택하지 않는다. 때문에 화훼에 소비자의 의견이 담기고 소통이 되고 위안이나 힐링의 매개체가 되어 준다면 생활 속의 일부분으로 정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선하고 아름다운 꽃을 편리하고 빠른 시기에 구매하여 인테리어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화훼 판매업체들은 새벽 배송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신선한 꽃을 받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침에 꽃을 받으면 일상의 시작을 아름답게 해주고 하루의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또한 브랜딩에 성공하려면 생일이나 기념일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꽃을 선물한 뒤 꽃을 오래 보는 방법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등 같은 가치를 나누어야 한다. 우리 지역에서 화훼상품을 확실하게 브랜딩한 태안의 ‘필랑말랑’과 부여의 ‘부여메리골드’는 회원수가 6만명 이상에 달하고 있다.
꽃을 통해 식집사, 반려식물, 아파트 내 식물재배 등의 활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K-culture와 함께 생활 속의 중요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유통시장과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네덜란드 농부와 같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생활 속 화훼가 국민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