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를 미라로 만든 범인은 누구인가.
지난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살아서 미라가 된 가을이 - 누가 비극 속 진짜 악역인가?'라는 부제로 참혹하게 죽어간 가을이 사건을 조명했다.
2022년 12월, 한 20대 여성이 다급하게 응급실에 들어섰다. 그녀의 품엔 한눈에 봐도 자그마한 아이가 안겨 있었다. 곧바로 집중치료실로 옮겨졌지만,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숨진 걸로 보이는 아이 가을이(가명).
그런데 가을이의 모습을 본 의사들은 경악했다. 다섯 살이었던 가을이 키는 또래 평균보다 17cm나 작았고, 몸무게는 또래 평균보다 10kg이 적은 7kg이었다. 생후 4개월의 신생아 몸무게로 삐쩍 말라 사망한 것이다. 사진을 본 전문의들은 암 투병을 하거나 선천적인 질환이 있어도 이렇게 마르기 어렵다며, 뼈에 가죽만 남은 미라 같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가을이는 두개골이 골절된 데다 서로 다른 시기의 뇌출혈이 있었고, 갈비뼈엔 뼈가 부러졌다 붙은 흔적도 남아있었다.
의료진은 아이의 몸에서 학대를 의심했고 이를 신고했다. 그리고 경찰은 친모 이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의료진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친모 이혜주(가명)를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순순히 범행을 시인한 이 씨는, 사망 당일 과자를 몰래 먹은 가을이를 훈육하다가 아이가 침대 프레임에 머리를 부딪쳐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주장한 친모 이 씨. 계속된 경찰 수사에서 그녀는 가을이가 사망하기 6개월 전부터 분유 탄 물에 밥을 말아 하루 한두 끼만 먹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사건은 친모 이 씨의 학대와 방임으로 인한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사망 당시 가을이는 엄마와 둘이 부산에서 살고 있었다. 전 남편의 가정 폭력과 아동학대로 가을이와 가출한 이 씨는 식단 채팅방에서 알게 된 최수빈을 동경했고,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최 씨의 호의에 연고 하나 없는 부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가을이 모녀는 최 씨 가족들과 함께 최 씨의 집에서 살았다. 또한 이웃들은 이들을 이상한 조합이라 여겼다.
이 씨는 최 씨의 집에서 살며 일을 시작했고,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비우면 최 씨가 가을이를 돌보았다.
그리고 가을이는 사망 6개월 전부터 분유탄 물에 밥을 조금 만 것으로 끼니를 때웠고, 이는 숨만 겨우 쉴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원이었다. 그렇게 가을이는 죽기 전까지 굶주림에 시달렸다.
사망 당일에도 일을 끝내고 새벽 4시에 돌아온 이 씨는 아이를 혼냈고, 머리가 다친 아이를 그냥 재웠다. 그리고 사망 1시간 반이 지난 후 병원에 데려왔다.
그리고 가을이 사망하던 당시 함께 집에 있던 최 씨는 평소 이 씨 때문에 가을이 양육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망 당일에는 이 씨가 혼을 내는 가을이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 방을 나갔고 이후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으로 데려가라고 했다는 것. 또한 사망 당일 남편에게 집안에서 있던 일을 메시지로 보냈고, 남편이 이른 귀가를 한 후 이 씨에게 가을이를 병원에 데려가도록 함께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 인권 단체에서 의외의 주장이 나왔다. 바로 이씨가 최씨에 의해 성매매를 하고 그 수익금을 모두 최씨에게 송금했다는 것.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하루 많게는 4번 성매매를 했고 1년 6개월 동안 1574회, 최소 1억 3천 75만원 수익을 남겼다.
이씨는 성매매 후에는 귀가해 집안 청소를 하고, 최씨의 아이들을 챙기고 그날 번 돈을 최씨에게 입금했다. 가을이가 사망하던 날에도 최씨 아들의 하원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역시 최씨 가족이 이씨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한 것, 함께 동거를 해왔다는 점 등을 봤을 때 공동 육아의 책임이 있다고 봤다. 최씨 역시 아이가 저렇게 잘못될 거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이에 현재 최씨와 남편 김씨는 방조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이씨가 순순히 순응한 것에 의구심을 가졌다. 이씨는 지능이 낮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풀리지 않는 퍼즐이었다. 그리고 최씨의 전 남자친구 박강호의 등장으로 모든 퍼즐이 풀렸다.
전과가 있었던 박강호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뒤 약 6개월 동안 이씨, 최씨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 과정에서 최씨를 힘들게 한다며 이씨를 폭행하고, 성매매를 단속하기 시작했다는 것. 특히나 가정폭력 경험이 있었던 이씨는 이 공포와 두려움에 쉽게 순응했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했다.
그러나 박강호는 이씨가 가을이를 잘 돌보지 않아서 폭행했고, 역시나 최씨는 아이를 잘 챙겼으며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씨 부부가 가을이가 사망하고 이씨가 체포된 다음 날부터 두 사람의 짐을 내다 버린 정황도 CCTV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친모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일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남편 김씨는 친모 이씨가 뒤늦게 밝힌 모든 주장에 “자기 혼자 죽기 싫어서 그러는 거다. 형을 더 감형시키려고 그러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이 집단의 핵심은 최씨다. 여기에서 주범은 최씨일 가능성이 크다. 아동학대, 방임을 사실상 엄마 이씨가 묵인한 거로 보는 게 적절할 거 같다”라며 “그걸 말리거나 저항해야 하지만 그걸 하지 않았다. 본인도 학대 행위를 했다고도 봐야 한다. 그 부분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