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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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긴하지만 있는 듯 없는 듯 크게 의식하지 않고 쓰는 물품 중의 하나가 소금일듯 싶다. 좀 진부한 언설이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세 가지 금, 지금 황금 그리고 소금의 멤버인 소금이 이즈음 품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시국이 어수선할 때 라면이나 생수, 건전지, 초 등을 사재기하는 일은 더러 있어왔는데 소금이 등장하기는 처음인 듯싶다. 여기저기서 사 모은다 해도 얼마동안 쓸 분량일지 모르겠지만 새삼스러운 소금 광풍에 소금에 새삼스레 관심이 쏠린다.

#. 소금하면 공장에서 대규모로 생산되는 정제염 소비의 비중이 크겠지만 그보다 먼저 서해 갯벌에서 햇볕과 바람 그리고 노동력을 통한 오랜 기다림으로 빚어지는 천일염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전남 지역 천일염이 90% 비중을 차지한다는데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부족한 소금조달을 위해 염전에 해수를 끌어들여 햇볕과 풍력으로 농축하여 소금결정을 얻는 생산 방식이 보급되었다. 그 이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전통 소금은 자염(煮鹽)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바닷물을 끓이는 해수직자법(바닷물속 3.5% 소금을 얻기 위해 96.5% 물을 증발시키는 연료 소비가 엄청났다!) 또는 염전을 설치하고 토양 위의 흙이나 모래를 긁어 바닷물을 조금 섞은 뒤 끓여서 소금을 만드는 염전식제염법 등으로 자염을 생산했다.

#. 현대에 들어 소금제조법은 다양해져서 전기제염법, 냉동제염법, 이온교환법 등 여러 경로가 개발되었다. 음식조리에 쓰이는 정제염은 바닷물을 정수하여 미세한 구멍의 이온교환막을 통과하면서 소금의 성분인 Na+이온과 Cl-성분이 선택적으로 투과성을 거치는 반면 중금속이나 농약 등 유해성분은 이 막을 통과하지 못하여 순수 소금만 추출하여 결정을 만들고 고압증기로 원심분리기에서 탈수되어 완성된다.

천일염, 정제염 들을 만들기 위하여 고달프고 복잡한 공정을 거친다면 광산에서 캐내는 암염은 수백만 년 전 바다가 증발되어 퇴적된 지층에 있는 소금을 채굴한다. 주로 러시아, 동유럽, 독일, 미국 등지에서 생산되는데 우리나라 지질구조와는 연결고리가 멀어 아쉽다.

#. 상품에 부가가치를 덧입히는 일이 현대 산업의 핵심목표라면 소금도 차별화하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중요하다. 전남지역 천일염 생산물량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충남 태안 지역 송화소금은 지역명품으로 건강추구시대에 부응하는 매력적인 식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매년 송홧가루 흩날리는 5월 중에 한정 생산 된다는 아쉬움은 있어도 태안지역 염전 주변 울창한 해송에서 떨어지는 송홧가루가 소금과 결합하어 단백질, 무기질, 칼슘 그리고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 소금으로 주목받는다. 박목월 시인의 시에도 나오는 송홧가루는 ‘윤사월’ 즉 양력 5월, 특히 5월초부터 15일 전후 절정을 이루는데 소금이 결합하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종전 천일염의 위상과 인식, 효능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황금, 소금’이라는 일상의 요소의 하나인 소금, 늘 그 자리에 있어야할 필수 품목인데 ‘지금 황금을 들고 소금’을 사재기하러 달려가는 목표물이 되고 있다. 공기와 물, 바람처럼 소금도 언제나 편안히 거기에 자리 잡고 있었으면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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