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나아도 마음 탈나기 십상 ··· 재가복지 도입 시급

A 양의 불안정한 생활이 지역 시민단체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전해지고 있다. 지역 각계각층에서는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피해 여성장애인을 보호하고 2차 피해를 막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
성폭력 사건은 피해 여성이 갖는 수치심과 주변인의 힐난 그리고 사회적 방치가 맞물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지역의 한 성폭력상담전문가는 “성폭력은 피해 여성 스스로 수치심을 느껴 사건을 덮는 경우도 있지만 가족의 냉담함 때문에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회풍토상 피해를 입고도 구호를 바라지 못한다는 점에서 피해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 요구가 설득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 쉼터 절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성폭력 피해 여성장애인의 구호대책 일환으로 쉼터를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본보 4월 18일자 6면 등 보도)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장애여성을 일반 시설에서 치료할 경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보호시설의 부재로 피해자들이 안전한 곳에서 상처를 추스르고 다시 일어서기는커녕 또다시 성폭력 피해를 입거나 이상행동 등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병윤 대전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은 “성폭력의 경우 신체적 부담감 보다는 심리적인 상처가 깊은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두려워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시설(쉼터)은 이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지근거리에서 보호·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요양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 소장은 “쉼터가 있는 지역은 전국적으로 부산, 광주, 청주 단 3곳에 불과하다”며 “성폭력 피해 장애여성을 제대로 구호하기 위해선 쉼터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쉼터 입소를 통해 피해 여성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들어 보호시설 설립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버젓이 사회생활을 하는 반면 피해자는 시설에서 격리된다는 인식에서다. 쉼터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쉼터 건립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쉼터를 마련한다고 가정했을 때 피해 여성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입소를 희망하는 인원에 맞춰 쉼터가 추가로 마련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관리자와 지역네트워크망 구축
상담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정여주 우송대 의료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 시설화 및 재가복지’를 강조했다. 피해 여성을 가정에서 1:1 멘토링함으로써 적시에 상담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정 교수는 “쉼터의 개념을 시설에서 가정으로 옮겨 온다는 점이 ‘탈 시설화 및 재가복지’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라며 “사례관리자(상담사 역할)가 피해 여성의 집을 직접 방문해 개인의 상태를 진단하고, 필요에 따라 정신과, 산부인과, 학교 등을 연계해 주는 것을 큰 틀로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 교수는 “성폭력 피해 여성의 경우 복잡, 다단한 치료과정이 요구되며 일률적인 치료방법이나 상담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재가복지는 개인별로 체크하고, 관련 기관과 연계해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탈 시설화 및 재가복지’는 사회복지학에서 대두된 개념으로 사례관리자와 지역 네트워크망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사례관리자는 사회복지학과 여성학 등에서 생겨난 개념으로 대학 혹은 관계 기관의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양성된 전문 인력을 뜻한다”며 “사례관리자의 개입(멘토링)과정과 지역의 네트워크망(병원, 학교, 가정 등)이 견고해지면 쉼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ggilbo.com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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