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나이임에도 아직까지 중학교 재학

친구들과 못 어울리고 혼자 있는 시간 많아

크게 달라지지 않은 환경 ··· 2차피해 우려도

지난 2010년 5월 대전에서 발생한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연루된 가해학생 16명에 내려진 보호관찰 등 솜방망이 처벌. 가해학생 한 명의 ‘봉사왕’ 타이틀(입학사정관제)을 내건 성균관대 입학 그리고 입학취소.

지적장애 여중생의 집단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는 어떤 보호를 받았으며 어떤 사회적 지원이 이뤄졌고, 현재 피해자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 잊혀지고 있다.

가해학생의 근황이 세간에 오르내리며 공분을 사는 동안 여중생의 사회적응 등에는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시민단체와 성폭력 상담소 및 대전시교육청, 학교 관계자 등을 만나 사건 2년이 지난 현재 중학생 A 양의 근황을 재조명해 봤다.

◆고교생 나이에 중학교 재학
사건 발생 후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해학생의 실질적인 처벌과 함께 피해 여학생의 지속적인 관리 및 치료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피해여중생은 반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정신과 치료과정을 거친 뒤 대전 유성구 소재 모 중학교 특수학급으로 재취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중생이 가진 지적 장애라는 특수성과 한부모가정이라는 주변 환경은 학교와 가정에 안착하는 데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가해자 측과 합의해 사건이 종결된 점과 피해 여학생 측이 시민단체 및 관계 기관의 도움을 꺼려한 점도 걸림돌이 됐다.

어줍잖게 소식을 접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금전적 합의로 인생을 망쳤다’, ‘(피해 여중생이) 여전히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학교에서는 집단따돌림, 집에서는 방치’ 등 여중생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소문과 별개로 여중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 중학교에 남은 사실이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들로부터 확인됐다.

당시 A 양의 상담을 맡았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건 이후 A 양의 집 앞을 돌아보며 동태를 살피던 날이 여러 날이었다”며 “피해자 가정이 신변노출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언론 등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아 A 양 또는 A 양 부모와의 직접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학생의 현재 나이는 17세로 고교에 진학해야 하지만 실제는 대전에 있는 중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귀띔했다.

여중생의 학교생활 등이 원활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이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족이 피해 사실을 숨기려는 경향이 높은데다 일부 가족은 피해 여성을 힐난하는 경우도 있다”며 “해당 사건은 여학생이 장애를 가졌다는 점과 피해 가정에서 가해자 측과 금전적 합의를 이룬 점 등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건네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복수의 전문가, 2차 피해 우려
전문가들은 여중생의 2차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피해자의 장애정도와 학교·가정에서의 소외가 자칫 제2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A 양을 직접 대면했던 한 상담전문가에 따르면 이 학생은 지적장애 3급(지능지수 70~100)으로 자기보호능력, 상황대처 능력 수준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직접 대화하지 않고는 장애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A 양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편이어서 소외감을 느끼기 쉬웠고, 주변의 작은 관심에도 현혹될 수 있다는 게 이 상담전문가의 설명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성폭력 사건 대부분이 피해 여성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는 점은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 관계자는 “A 양은 피해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가 하면 특정 인물이 호의를 베풀었을 때 그 사람을 의지하고, 순응하는 반응을 보였다”며 “실제 여중생은 인터넷 상에서의 만남으로 소외감을 채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가해 학생을 알게 돼 피해를 입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제2의 피해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ggilbo.com
서지원 기자 jiwon401@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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