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류진협 대표
사진 = 류진협 대표

과학은 수십, 수백 년간 발전하며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등의 내로라하는 위인들부터 후대의 수많은 과학자들까지, 우리 사회는 많은 전염병을 비롯한 질환들과 싸워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아직까지도 정복하지 못한 분야가 존재한다.

바로 뇌의 영역이다. 특히 치매의 원인이 되는 알츠하이머병은 오늘날 국제사회를 통틀어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에서 알츠하이머병에 도전장을 낸 이가 있다. 바로 대전 소재 기업 바이오오케스트라 류진협(39) 대표 이야기다.

◆박사에서 대표이사로

류진협 대표가 걸어온 길을 엿보자면 ‘대표이사’라는 직책과는 얼핏 맞지 않는 듯 보인다. 류 대표는 아시아 최고라 불리는 도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는 물론 일본 문부과학성 산·학·연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의학박사 양성 프로그램 ‘GPLLI’에 유일한 한국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하버드에서도 많은 연구를 하며 과학에 힘쓸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가질 과학자 내지는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은 아이디어를 즉각 실현하기를 원한 그에게 족쇄에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박사과정 때 생각했던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디어가 연구를 통해 업적이 나오게 되고,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구상하던 걸 대기업에 가서 설득해서 제품을 만들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러나 학교에서는 혁신적인 것을 진행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의사결정도 복잡하고 말이죠.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적용하려면 창업이 제일 빠르겠다 생각했습니다.”

◆사람으로 사람을 고친다

류 대표는 2016년 10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소재한 과학의 도시, 대전에서 사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류 대표는 열정을 앞세워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방증하는, 기술력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특히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주 분야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경우 문제가 되는 뇌의 단백질을 혈액 속으로 끌고 나와 없애주는 기전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뇌 속에 약물을 주입하면 뇌가 녹는 등의 부작용도 존재했다. 즉 문제의 단백질을 없애더라도 세포들이 이미 죽어 기억력이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류 대표는 단백질을 없앰과 동시에 세포를 살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류 대표가 일본에서 연구를 하고 있을 당시, 옆 실험실 과학자가 우연찮게 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쉽게 생각했던 것은 단백질은 잡고 세포는 살리는, 기전의 윗단에 있는 유전자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두 가지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유전자를 잡았죠. 특히 그 유전자를 뇌세포에 전달하는 방법을 찾은 사람은 일본에 있을 당시 옆 실험실 과학자였습니다. 그 분을 한국에 데리고 오기 위해 건물도 없는 상태에서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경영 분야에는 손을 대본 적도 없는 류 대표였지만 그가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는 지역 인재를 끌어 모으고, 기술력을 성장시키고 알리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여러 기업에서 수억, 수십억에 달하는 투자유치는 물론, 바이오대상 수상 및 코로나19 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에서도 바이오오케스트라의 가치를 인정해 직접 발걸음을 한 적도 있었다.

“모더나 설립자가 오신 게 감동이었죠. 업계에 계시면서 다른 곳에 갈 곳도 많을텐데 한국의 작은 바이오벤처 기업에 왔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분이 말하길, 자기는 많은 곳들을 가봤지만 여기만큼 혁신적이고 헌신하는 과학자들이 많고, 사회적 가치가 높은 기업은 본 적 없다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진정한 강소기업을 꿈꾸며

최종적으로 류 대표가 꿈꾸는 회사는 무수히 넓은 자원과 인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 기업이 아니다. 글로벌 제약사 중 10위 안에 드는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다. 덴마크의 땅덩이는 한국의 절반이 채 안 되고 인구는 600만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는 시가 총액만 400조 원에 달하는 ‘빅 파마’다.

“노보 노디스크를 따라가고 싶은 게 목표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시가총액이 50조를 넘지만 거기는 신약개발보다 생산위주의 컨셉입니다. 그러나 저희는 신약을 혁신적으로 개발해, 생산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약회사. 즉 덴마크의 노버 노디스크 같이 전세계를 주무르는 회사가 되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난치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을 통해 인류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것이 바이오오케스트라의 미래 목표다. 이를 위해 류 대표는 오늘도 골리앗과 싸워 이긴, 다윗을 꿈꾸며 달려가고 있다.

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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