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대전시 행정자치국장

‘그 골목에 가야 하는 이유와 그 골목에 숨어 있는 보물을 알려주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골목마저 새롭게 볼수 있는 마법 같은 시선을 제시합니다.’

지난해 초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가 참여 했던 TV프로그램 ‘보물여지도’의 소개글이다.

지난해 이맘때 옛 충남도청사 내에 조성한 소통협력공간(커먼즈필드 대전)을 개관했는데 개관 기념 북토크행사에 모종린 교수를 초청했었다. 주제가 ‘대전다움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다’였다.

매력적인 도시가 어딜까. 지역에 다양한 골목길들이 활성화됐고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를 보유한 동네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자원, 문화, 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가 골목길 상권에 묻어났을 때 도시의 매력이 생긴다고 한다.

각 도시마다 대표적인 골목길이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에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만들어진 그 지역만의 정체성을 품은 소소하지만 보물같은 재미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대전시도 소개하고픈 골목길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대전시 역사의 중심에 있는 대전역 인근 원도심에 여러 골목길들이 산재됐다.

옛 충남도청사를 비롯한 다양한 근현대 건물이 있고 한복거리, 인쇄소거리, 한의약거리, 으능정이거리, 선리단길 카페거리 등도 있다. 그리고 대전 대표 로컬 브랜드인 ‘성심당’도 자리잡고 있다. 이 골목길 안에는 대전이 도시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얹혀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건물들과 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알려주는 건물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듯 어우러졌다.

시는 올해부터 원도심 골목길 ‘로컬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로컬브랜딩’은 지역의 고유한 강점과 자원을 활용하여 도시를 살만하고 올만하게 매력적으로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원도심 골목길을 중심으로 역사문화, 자연환경, 커뮤니티, 생활양식 등의 고유자원을 발견하고 활용 가능성 등을 생활실험으로 검증해 보는 다양한 로컬브랜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38개 시민팀이 공모를 통해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지역을 마음껏 홍보할 수 있는 로컬 영상 공모전과 로컬 관련 창작물 출판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내달 11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되는 대전0시축제 준비에 한창인데 이 기간에 정감있고 재미난 원도심의 골목길을 돌아볼 수 있는 행사로 ‘원도심에서 보물찾기’도 기획하고 있다.

참여자가 축제기간 중 준비된 ‘보물여지도’를 들고 원도심의 골목길 안에 숨어 있는 보물같은 명물들을 찾은 후 인증샷을 찍어 옛 충남도청내에 위치한 사회혁신센터(소통협력공간 운영기관)에 제시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소통협력공간에는 원도심의 골목길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는 ‘보물섬’도 조성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원도심의 한약거리, 한복거리, 인쇄거리를 소재로 한 소품 제작 체험도 해보고 대전을 소재로 한 영화도 감상하고, 전통주도 맛보고 대전의 명물도 그려볼 수 있다.

제주시의 대표 로컬브랜드인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씨는 제주 출신이다. 그런 그녀가 스페인 산티에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떠올린 건 오히려 제주의 아름다운 해변길이었다고 한다. 여름 휴가철 많은 사람들이 유명한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바로 가까운 원도심 골목길에도 재미있고 의미있는 보물들이 많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유독 무더운 열기로 잠못드는 여름밤이지만 이 기회에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가까운 원도심 골목길에서 우리를 기다리며 숨어 있는 보물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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